[독자 마당] 실수와 용서
여자 손님이 길이를 줄여 달라고 맡겼던 바지를 찾으러 왔다. 그런데 그녀의 옷이 있어야 할 자리가 비어 있다. 이럴 때의 당혹감은 당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몇 가지 경우를 생각했다. 첫째로 옷의 위치가 잘못 되어 있는 경우다. 두번째로 컨베이어에 옷이 너무 조밀하게 걸려 있을 때 옷걸이 하나에 걸려 있는 옷이 가끔은 튕겨 나가 바닥에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셋째는 주변에 걸린 다른 옷과 함께 엉뚱한 손님에게 전달되는 경우다.
내가 속으로 진땀을 빼며 여자 손님의 옷을 찾고 있는 동안 너덧 명의 손님이 세탁소에 들어와 줄을 서고 있었다.
결국 옷수선을 하는 곳으로 갔다. 혹시나 하고 작업대 반대편을 살펴보았더니 거기에 손님의 옷이 떨어져 있는 게 아닌가. 잃어버린 옷을 찾았을 때의 환희란. 그러나 그 환희는 순간, 현실과 마주해야 했다. 실수는 결국 금전적인 손해로 돌아온다.
그저께는 종업원 한 명이 소매가 가죽으로 된 코트를 다리다가 가죽을 망치고 말았다. 코트 값까지 물어주려면 손해가 크다. 종업원들의 실수로 생긴 손해를 몽땅 내가 다 껴안아야 한다는 사실이 억울하게 느껴졌다.
고교 시절 외웠던 영어 격언 하나가 문득 떠올랐다. ‘사람은 실수하고, 신은 용서한다.’ 따지고 보면 나도 실수를 많이 하는 사람이다. 때로는 그 실수가 남들에게 알려지기도 하고, 그들에게 피해를 주기도 한다. 아내와 가족, 그리고 사회에 본의 아니게 피해를 주는 경우가 분명 많이 있었을 것이다.
결국 실수하는 사람을 용서하는 일은 신에게 가까이 가는 거룩한 행위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서 이런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너는 고작 종업원들 실수한 것 가지고 그리 억울해 하니? 나는 세상 모든 사람의 실수와 죄 때문에 십자가를 지고 간다.”
김학선 /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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