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내가 세상과 관계 맺는 유일한 방법”
그래미상 받은 한인 2세 바이올리니스트 제니퍼 고
‘얼론 투게더’ 음반으로 수상
재정난 작곡가 돕기 위해 기획
“함께 안하면 음악가 잃을지도”
지난 3일 열린 ‘제64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베스트 클래시컬 인스트루먼털 솔로(최우수 클래식 기악 독주)’ 부문을 수상한 한인 2세 바이올리니스트 제니퍼 고(46)는 수상자로 호명됐을 때를 떠올리며 “이런 영예를 받을 수 있게 도와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기 위해 (무대로) 달려갔던 것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상이 이번 앨범(수상작)에 있는 모든 작곡가를 전면에 등장시킬 수 있다는 것에 매우 흥분된다”고 덧붙였다.
그에게 그래미상을 안겨준 작품은 ‘얼론 투게더(Alone Together)’ 음반이다. 신종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예술가를 지원하기 위해 진행한 동명의 온라인 공연 시리즈에 바탕을 둔 앨범이다.
제니퍼 고는 2020년 코로나19가 확산하자 20명의 젊은 작곡가들에게 수수료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짧은 바이올린 독주곡을 써달라고 요청했다. 그해 4월부터는 자신의 집에서 작곡가들의 신곡을 연주해 휴대전화로 직접 촬영한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그리고 지난해 8월에는 이렇게 모인 40곡으로 정식 앨범을 선보였다.
그는 “코로나19는 모든 공연을 중단시켰고, 예술가들을 재정적으로 어렵게 했다. ‘얼론 투게더’는 이 유행병에 영향을 받은 다음 세대의 음악가들을 돕는 일”이라면서 자신이 설립한 비영리 음악 단체 ‘아르코 컬래버러티브(ARCO Collaborative)’를 통해 작곡가들을 후원할 수 있어 자랑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은 “우리가 함께하지 않으면 다음 세대의 음악가를 잃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제니퍼 고는 11세 때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두각을 드러냈고, 1994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1위 없는 공동 2위에 올랐다. 1995년에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젊은 음악 유망주에게 주는 ‘에이버리 피셔 커리어 그랜트상’을 받았다. 오벌린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했고, 커티스 음악원을 졸업했으며, 2018년부터 뉴욕 매네스 음악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음악의 의미를 묻자 그는 “평생을 음악가로 살아왔다. 이는 제가 세상과 관계를 맺는 유일한 방법이 음악이라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음악가가 된다는 것은 우리가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듣고 그들이 표현하려는 것에 반응한다는 뜻이다. ‘얼론 투게더’와 같은 프로젝트를 만드는 것은 세상을 관찰하고 귀를 기울여 반응한 것”이라고 했다.
제니퍼 고는 그래미상 수상 후 첫 라이브 공연을 오는 12일과 14일 갖는다. 12일엔 UC샌타바버러에 있는 아츠&렉처스(Art‘s&Lectures)에서, 14일은 UCLA에 있는 아트 퍼포먼스 센터(Center for the Art of Performance)에서 열린다. 제너퍼 고는 “청중들 속에서 많은 한인들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그는 다음 작업으로 6·25 전쟁 때 월남한 후 미국에 이민해 교수가 된 어머니와 미국 내 소수자로서 자신의 경험을 담은 음악극을 준비 중이다.
음악가로 성장하는 데 어머니의 역할이 컸다는 그는 “어머니를 기리는 작품을 만들게 돼 너무 기쁘다. 한국인과 한국계 미국인이 경험한 것이 작품에 담길 예정이다. 클래식 음악계 소수자의 경험을 탐구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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