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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불합격 통지서

김완신 논설실장

김완신 논설실장

“당시 나의 꿈은 깨졌고 가족의 실망은 컸다. 차라리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워렌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오래 전 어렵고 힘들던 시기에 한 말이다. 언뜻, 주식이 폭락하고 회사가 파산위기에 처해, 재기 불능의 상황을 맞았던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 말은 그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았을 때의 심정을 토로한 내용이다.  
 
컬럼비아 대학의 리 볼링거 총장도 하버드를 지원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할 수 없어 오리건주 대학에 진학했으나 결국 컬럼비아 대학의 총장까지 올랐다.  
 
대학 입학 합격통지가 한창이다. UC계열 등 공립대학은 대부분 끝났고 현재 아이비리그 명문대를 포함해 사립대학에서 합격자를 발표하고 있다. 대입 지원 학생과 학부모에게는 희비가 교차하는 때다.  
 


올해 하버드 대학의 정기지원 합격률은 3.19%로 역대 최저다. 대학 설립 386년 역사상 최고의 경쟁률이다. 100명이 지원해 3명이 합격하는 살인적인 경쟁이다. 지난해 보다 지원자는 7% 늘어난 6만1220명을 기록했고 이중 1954명만이 합격했다.  
 
예일과 프린스턴 대학도 최저 합격률을 경신했고 컬럼비아는 작년과 같은 3.7%로 나타났다. 합격률 하락은 아이비리그만이 아니다. 유명 사립대인 라이스 대학은 8.56%, 터프츠 대학은 9%로 집계됐다.  
 
대학 입시가 어려워지는 것은 공·사립 구분 없이 전국적인 추세다. 교육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년 전부터 SAT와 ACT 점수를 입학 사정 항목에서 제외시키면서 지원자가 늘었다고 설명한다. MIT 등 일부 대학에서 객관적인 학력평가를 위해 시험점수를 다시 고려할 수 있다고 발표했지만 SAT와 ACT를 배제한 입학 사정이 대세가 됐다. 시험점수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유명대학 지원은 더욱 많아져 경쟁은 심화될 전망이다.  
 
요즘 지원자들은 이메일이나 인터넷 등으로 합격 여부를 통보 받거나 확인할 수 있다. 예전 우편으로 합격 여부를 통보할 때는 봉투를 열지 않아도 두께에 따라 합격을 가늠할 수 있었다. 합격자에게는 통지와 함께 입학에 필요한 준비 서류를 동봉해 두껍고, 불합격자에게는 간략하게 또는 ‘잔인하게’ 통보만 하기 때문에 얇다는 것이다.  
 
희망대학 불합격은 10대 학생들에게 살아오면서 겪은 좌절 중에 가장 큰 것일 수 있다. 어떠한 말로도 위로 되기 어렵다. 하지만 이런 시간을 어떻게 대처하고 극복하는가에 따라 삶은 달라질 수 있다. 부모도 불합격의 아쉬움이 크겠지만 자녀에서 용기와 희망을 주어야 한다.  
 
버핏는 하버드에서 고배를 마시고 컬럼비아 대학원에 지원해 그의 일생에서 가장 큰 영향을 준 벤저민 그레이엄과 필립 피셔 교수를 만났다. 버핏은 일생의 멘토와 같았던 이들 교수를 만난 것이 큰 행운이었고 하버드에 갔다면 오늘의 자신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볼링거 총장도 “불합격 통지서가 한 사람의 일생을 좌우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유명 인물들의 대입 불합격 스토리를 특집 기사로 게재한 적이있다. 워렌 버핏과 리 볼링거를 비롯해 노벨의학상 수상자 해럴드 바머스, 선마이크로시스템스 공동창업자 스콧 맥닐리, 언론 재벌 테드 터너 등이 소개됐다. 원했던 대학을 가지는 못했지만 불합격을 통해 오히려 인생에서 더 큰 성취를 이룬 인물들이다. 그들의 역전 스토리는 다양했지만 결론은 하나다. '대학 불합격은 한순간의 시련일 뿐 영원한 실패는 아니다.' 지금 힘든 봄날을 맞고 있을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다.    

김완신 /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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