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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자이니치와 코리안 아메리칸

배우 윤여정의 신작 ‘파친코’는 흡입력 있는 드라마이자 여러모로 색다른 작품이다. 그 중심인물인 선자는 일제강점기 부산 영도에서 나고 자라 젊은 시절 일본에 건너간 여성. 유장한 세월을 관통하며 그와 자손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드라마답게 선자 역할의 배우만 세 명이다. 나이든 선자를 연기한 윤여정 외에 어린 선자로 아역배우 전유나, 젊은 선자로는 신예 김민하가 등장한다.
 
이들을 포함해 이 드라마의 크고 작은 역할에는 낯선 배우들이 대거 등장한다. 그런데 다들 어찌나 연기를 잘하는지, 지난주 공개된 1~3부를 한꺼번에 보면서 내심 감탄했다. 이력을 찾아보니 동포 배우들도 있다. 선자의 아들이자 파친코를 운영하는 모자수 역의 아라이 소지는 ‘박소희’라는 한국 이름을 가진 재일동포, 선자의 손자이자 미국 유학 후 현지 은행에서 일하다 그 일본 지점에 돌아오는 솔로몬 역의 진하는 재미동포다.  
 
이 드라마는 선자의 삶을 시대순으로 펼치는 대신 일제강점기와 1989년 솔로몬이 일본에 돌아온 무렵을 교차하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제작진에도 재외동포가 여럿이다. 전체 8부작을 나눠서 연출한 코고나다 감독, 저스틴 전 감독은 모두 재미동포. 각본가이자 총괄프로듀서를 맡은 수 휴 역시 재미동포다.  
 
널리 알려진 대로 원작 소설의 이민진 작가 역시 동포다. 한국에서 태어나 어려서 미국에 이민 간 그가 재미동포가 아니라 재일동포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대학 시절 어느 강연에서 한국인 중학생이 일본에서 겪은 차별에 대한 얘기를 들으면서다.  
 
이후 남편의 근무지를 따라 일본에서 4년을 살면서 여러 동포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이렇게 나온 ‘파친코’는 그의 두 번째 소설. 미국에서 2017년 출간과 함께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선정되는 등 큰 반향을 얻었다.
 
‘파친코’는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한인들이 제작진의 주축일 뿐 아니라 애플TV가 거액의 제작비를 투자한 드라마다. 일제강점기부터 고난을 헤치며 살아온 한국 사람들 이야기가 미국 드라마로 만들어져 전 세계 시청자에게 공개된다.  
 
다양한 언어권의 시청자를 고려해 매회 드라마가 한국어·일본어로 진행된다는 것, 두 언어가 서로 다른 색깔의 자막으로 표시된다는 것을 알리는 영어 안내문도 나온다.
 
한국 시청자에게도 이 드라마는 새로운 경험이다. 무엇보다도 일본에서 법적·제도적 차별 속에 살아온 한인, 이른바 자이니치의 이야기 자체가 우리네에게도 상대적으로 낯선 소재라는 점에서다. 미국 이민 생활을 경험한 윤여정 역시 한국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제가 자이니치를 잘 몰랐다”며 “그 사람들이 산 세월을 알고 나니 너무 미안했다”고 말한 바 있다.  
 
 아직 8부작 중에 3부까지 공개됐을 뿐이지만 그 격동의 드라마를 매주 정주행하게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후남 / 한국 중앙일보 문화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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