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그치지 않는 물가 ‘고공행진’
고용통계국(Bureau of Labor Statistics)에 의하면 소비자 물가 지수(CPI)가 올해 들어 7%를 넘어 섰다. 상무부가 집계하는 개인소비지출(Personal Consumption Expenditure) 지수도 5.2%를 상회한다. 이 같은 가격 상승의 원인을 놓고 여러 분석이 있을 수 있지만 다음의 설명은 명료하다. 현실에서 매일 체험하는 것이어서 설득력이 있다.상품을 생산하고 그것을 소비자들에게 운반할 인력이 절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국에는 현재 약 1100만이 넘는 일자리가 시장에 나와 있는데 비해, 일자리를 찾는 사람(실업자)은 650만에 불과하다고 시사주간지 타임은 밝히고 있다. 주로 비숙련직을 중심으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진다고 한다.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하는 노동 시장의 현실이다. 예상을 크게 밑도는 고용실적은 심각한 구인난의 결과로 설명할 수밖에 없다. 구인난은 고임금과 물가상승을 불러와 긴축재정의 원인을 제공하게 되고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상을 불가피하게 만든다.
일례로 펜실베이니아주에서는 신규 직원 채용에 500달러의 보너스를 약속하는 구인 광고판을 내거는 맥도널드 식당도 있었다. 코로나 이전에 비해 전반적으로 급여 수준은 10%가량 상승했다고 한다.
설상가상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개스값, 곡물 가격 등이 뛰면서 물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에너지와 식량의 공급망에 큰 혼란을 가져왔다. 밀, 옥수수 등의 주요 수출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의 당사국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중동이나 아프리카의 빈곤국은 심한 식량난을 겪는다고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밝히고 있다.
LA와 오렌지 카운티도 최근 개스값이 갤런당 6달러대로 작년 동기에 비해 2달러 이상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래저래 일반 소비자의 생계비 부담만 커진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고 코로나 사태가 진정 국면에 들어서서 정부의 각종 지원금이 종결되면, 구인난도 점차 개선될 것으로 보는 희망적인 전망도 나온다. 외부로부터의 충격이 사라지면 모든 것이 원상태로 돌아가는 탄성의 원리가 작용될 만도 하다. 각종 비숙련직 구직자나 기타 계절적 실업자들의 일터 복귀도 예상할 수 있다. 현재 미국의 실업률이 약 3.8% 정도임을 감안할 때 연평균 2~2.5% 내외의 물가 상승은 정상적인 경제 성장을 위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인식된다.
앞으로 5~6년이면 미국 인구 구성에도 고령화 시대가 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비부머(1946~1964년 출생) 세대는 다른 세대보다 노동 시장에 머무는 기간이 길 것으로 예상됐지만 부동산 가격의 상승과 주식 시장의 호황으로 많은 베이비부머 세대가 팬데믹을 기해 은퇴를 결심하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2020년 이후 은퇴한 500만 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55세 이상이라는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인구 센서스 결과에 따르면 2021년의 미국의 인구 증가율은 역대 최저 수준인 0.1%에 머물고 있다. 노동력 부족은 해외로부터의 노동 인구의 유입(이민)으로 어느 정도 완화시킬 수 있지만 그간의 사정을 살펴볼 때 이 또한 녹록지 않다.
시장은 노동 인구의 증가를 필요로 한다. 공급이 수요를 충족시켜 시장의 평형이 조속히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라만섭 / 전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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