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칼럼] 한인 경제의 ‘연어 프로젝트’
그도 그럴 것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출산율이 ‘부동의 꼴찌’다. 전 인구의 45%가 서울·경기에 밀집했는데 당해낼 장사가 누굴까.
이런 모습은 미주 한인사회와도 닮았다. 이미 경고등이 들어온 감소 추세인 이민자와 유학생 통계만 찾아봐도 그렇다.
그러나 반대로 새로운 피가 수혈되면 얼마나 놀라운 발전이 가능한지는 LA의 한 업체가 보여줬다. 40년 가까운 업력을 자랑하는 이 한인 회사의 A 대표는 자녀들 덕분에 회사가 10배 이상 커졌다고 말했다. 경영학 등을 전공한 딸과 아들이 각각 주류사회에서 활동하다가 아빠 일 돕겠다고 나선 뒤 성과다. 마케팅과 네트워크의 수준이 높아졌고 하이테크 접목은 물론, 원활한 직원 통솔까지 드라마틱한 변화가 생겼다.
연어는 강에서 태어나 험한 바다로 나가 성장한다. 거친 파도 속에서 살면서 생존력을 기르고 강한 DNA를 만든다. 그리고 때가 되면 다시 태어난 강으로 돌아와 알을 낳는 회유성 어종이다. 생물학자들이 집중하는 부분은 비단 연어의 생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강물을 거스르는 과정에서 연어는 상어, 물개, 갈매기, 독수리, 곰 등에 먹히기도 한다. 알을 낳고 죽은 뒤에는 육지 동물들의 먹이가 되고 남은 사체는 강 연안 식물들에게 영양분이 된다. 연어들의 세계는 물론, 생태계 전체에 강력한 경제적 효과를 내는 셈이다.
A 대표의 자녀들처럼 ‘연어 프로젝트’가 성공한 경우도 있지만 한인 경제의 인재 부족을 걱정하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기자 주변에는 여전히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이들이 많다. B씨는 주재원 신분으로 LA에 살면서 얼마 전 방법을 찾아내 영주권을 진행 중이다. 또 다른 주재원인 C씨는 스폰서 업체를 찾아냈고 본사의 복귀 명령에 맞춰 새로운 인생을 펼칠 예정이다. 둘째 출산을 준비하며 한인 경제의 발전을 바라는 D씨는 대견할 정도다. 서울에서 사는 E씨는 쉰 살 이전에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오겠다며 릴레이 면접에 매진하고 있다.
LA 시 재무국이 집계하는 신규 비즈니스 등록 현황이란 게 있다. 새로 사업을 시작하며 업주가 신고하는 방식이라 의욕에 찬 사업가들이 적는 사업일지의 첫 장과도 같다. 지난해 시 전체적으로 접수된 신규 업소는 2만8020개로 전년 대비 14% 감소했다. 그러나 한인타운 7개 집코드에 해당하는 곳의 신장개업은 2420개로 4% 감소에서 멈췄다. 팬데믹 악재, 과도한 규제, 높은 물가 등이 걸림돌이었지만 나름 선방했다고 분석한다. 난개발 지적도 있지만 활발한 부동산 개발만 봐도 한인 경제권의 성장 가능성은 높다는 평가다.
경제 상황이 위기가 아니었던 적은 별로 없었다. 인플레이션이 아가리를 떡하니 벌리고 있는 요즘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더해 한인사회의 경제 리더들은 인구청년정책관과 비슷한 고민까지 떠안고 있다.
A 대표가 밝힌 자녀들의 컴백 이유는 대기업 다녀봤자 힘만 들 뿐 아빠 회사가 더 값져 보였기 때문이었다. 먹지도 쉬지도 않고 강물을 거스르고 산란을 마친 뒤 생을 마감하는 연어는 인간과는 다르다. 일회용 소모품처럼 사람을 다루지 말아야 할 이유다. 드디어 도착한 한인 경제에서 좌절하지 않고 꿈을 이루며 번영할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줘야 하는 책임이 무겁다.
류정일 / 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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