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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가슴으로 하는 언어학

 우리는 과학적이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보통 과학과 인문학은 구별되는 개념이었으나 언제부터인가 인문학 속에 과학이 중요한 요소가 되었습니다. 과학이라고 하면 자연과학만을 의미했으나 이제는 사회과학도 과학이고 인문학도 과학입니다. 과학이 아닌 게 없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과학자라는 말은 한정적이네요. 아마 사회과학 연구자가 스스로를 과학자라고는 하지 않을 겁니다.
 
과학은 학문이라기보다는 연구방법론이 된 느낌입니다. 과학적으로 접근한다는 표현이 방법론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과학적이라는 말은 객관적이라는 말이고 계량화되었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늘 통계가 중요합니다. 조사 방법에 감정은 주관적 요소이므로 제외해야 합니다. 그래서 과학적 연구라는 말에는 인간의 감정이 배제되어 있습니다. 감정이 들어가는 것을 비과학적이라고 말합니다.
 
저는 이런 점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객관적인 것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통계로 측정되지 않고, 정리할 수 없는 인간의 감정이 있습니다. 언어의 많은 부분이 그렇습니다. 생각과 사고라는 말을 어떻게 구별하여야 할까요? 마음과 생각은 어떻습니다. 기쁜 감정과 즐거운 감정은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물론 어느 정도까지는 설명이 가능할 겁니다. 설명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자는 말은 아닙니다. 당연히 언어학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설명을 위해 최대한 노력해야 합니다. 하지만 언어에는 감정이 있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될 겁니다.
 
언어는 인간의 특징을 나타내는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래서 언어를 연구한다는 것은 인간을 연구하는 것입니다. 연구라고 표현했지만 실제로는 이해하는 것입니다. 인간을 이해하고, 인간으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그래서 인간을 위한 학문으로 언어학을 하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머리로 하는 언어학이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언어학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머리와 가슴으로 하는 언어학입니다.  
 
언어의 특성에 대해 공부를 하면서 저는 언어를 머리에도 담아보고, 가슴에도 비추어 봅니다. 머리로 생각할 때는 몰랐던 부분이 가슴으로 생각하면 뚜렷해집니다. 인간을 제대로 이해하게 됩니다. 언어학은 과학적 접근도 필요하지만 인문학적 접근도 필요합니다. 두 접근이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마치 믿음과 학문의 관계와 같습니다. 인간에 대한 믿음이 없는 학문은 공허합니다. 배움이 없는 믿음은 허황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는 이미 공자께서 밝혀 놓으신 일이기도 합니다. 논어 위정(爲政) 편에 나오는 학이불사즉망사이불학즉태(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이 그런 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는 것도,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는 것도 모두 문제입니다.  
 
믿음은 종교 이야기가 아닙니다. 세상이 그래야 한다는 믿음입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아픈 것은 나쁜 게 아닙니다. 그런데 병을 죄라고 생각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병은 나쁜 것은 아니지만 고통스러운 것이니 낫게 해 주면 좋은 겁니다. 아픈 사람은 병이 나아야 한다는 믿음이 의학을 발달시킵니다. 믿음이 학문을 발달시키는 겁니다. 인간과 자연은 함께 살아야 한다는 믿음이 환경을 소중하게 생각하게 합니다. 그러한 믿음으로 청정에너지의 개발이 이루어집니다.  
 
언어학을 공부하면서 어떤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까? 어떤 믿음을 가슴에 품고 있습니까? 그게 언어학의 시작입니다. 언어는 소통을 위한 도구입니다. 언어는 싸우지 말자고 하는 겁니다. 언어를 통해서 감정을 교류합니다. 언어를 통해서 서로를 더 깊게 이해합니다. 서로 말을 나눈다는 것 자체가 기쁜 일입니다. 언어에 대한 이러한 믿음은 언어학을 깊게 만듭니다. 가슴으로 하는 언어학입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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