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넬대 행사 홍보에 '욱일기' 파문
건축학과 건물에 현수막
반발 커지자 일단 제거
한인 재학생들 "비통한 일"
한인 교수가 학과장 충격
학교 측 사과 등 조치 없어
24일 한 코넬대 졸업생에 따르면, 코넬대 건축학과는 최근 100년 전통의 행사 ‘드래곤 데이’ 홍보물 디자인에 욱일기를 사용했다. 행사의 상징인 용 문양 뒤에 욱일기가 크고 선명하게 자리잡은 디자인이다.
현재 문제가 된, 욱일기를 사용한 행사 홍보물은 일단 제거됐다. 또 관련 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인 학생들과 졸업생들이 반발하자 위원회에서 다루기로 결정한 것이다.
25일 코넬대 건축학과 측은 욱일기 디자인의 홍보물을 지적한 학생에게 이메일을 보내 “이 문제를 학과와 학교 차원의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위원회에 알리겠다”고 밝혔다. DEI 위원회는 교수진과 교직원, 학생이 참여한다. 이어 학과 측은 “갈 길이 멀긴 하지만 모두 변화의 필요성을 인정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홍보물 디자인에 욱일기를 사용했다는 점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 홍보물을 제거한 뒤에도 주최 측 등은 아직 이렇다 할 사과나 시정 조치 메시지도 발표하지 않고 있다. 한인 학생들은 무지에서 비롯한 실수라 하더라도 굉장히 불쾌하다는 입장으로, 아직까진 답변도 성의없는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코넬대 건축학과는 한인 2세인 윤미진 학장이 맡고 있어 한인 학생들은 더욱 놀랍다는 반응이다.
제보자는 “학장님과 건축학과 사무실에 이 사실을 알렸다”며 “학장님이 이를 알고도 승인했는지 의문이며, 학장 승인이 없었다 하더라도 욱일기 디자인을 코넬대에서 아무렇지 않게 사용했다는 것이 한국인으로서 화가 나고 비통한 일”이라고 밝혔다.
이 제보자는 재학 시절에도 캠퍼스에 나치 문양이 붙어있던 사건을 기억한다며 “당시 학교는 이런 일에 절대 관용을 베풀지 않겠다고 대응했었는데, 역사 깊고 다양성과 다문화를 중시하는 코넬대가 이런 일을 방관하지 않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논란의 홍보물이 붙은 옆 건물을 이용하는 박성하 코넬대 박사 역시 “많은 미국인들이 욱일기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사용하는 일이 많아 굉장히 유감”이라며 “무지에 의한 것이라고 해도,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더욱 이 문제를 제대로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욱일기는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중 사용한 군기로,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한다.
김은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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