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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취임 직후 첫 한미 회담에 올인해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맞은 첫 공식 행사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였다. 대통령으로 취임하면 대선 과정에서 크게 다루지 않았던 외교·안보 문제에 업무 시간의 거의 절반을 쓸 것이다. 그리고 외교·안보 관리가 대통령의 성공 조건임을 자각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역대 대통령 당선인들이 ‘외교 초보’에 가까웠다는 점이다.  
 
윤 당선인에게는 당장 커다란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5월 말이나 6월 중 열릴 가능성이 큰 한·미 정상회담 준비다. 당선인과 인수위는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올인해야 한다.
 
윤석열-바이든 만남은 당선인에 중차대한 외교 관문이다. 첫 정상회담에서는 기존의 단골 이슈를 넘어 한·중 관계, 한·일 관계, 지역 외교, 경제·기술외교 등 사실상 향후 5년 한국 외교가 풀어야 할 핵심 과제를 모두 다루게 될 것이다.
 
바이든 정부의 대전략은 지난 1월 백악관이 발표한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에 집약돼 있다. 미국은 자유와 개방, 민주주의 가치에 기초한 인·태 지역 질서를 확립해 패권적 리더십을 회복하고자 한다. 규칙 기반 질서를 위협하는 행위, 특히 동중국해·남중국해·대만해협에서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와 경제 강압에 반대한다. 공통 가치와 보편적 인권 존중을 담는 기술의 공동 개발 등 중국을 명시적으로 겨냥하고, 동맹국 및 주요 파트너국들과 공동 리더십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인·태 문법’은 지난해 5월 한·미 정상회담에 그대로 반영됐고, 이번 정상회담에서 구체화할 것이다.
 
5월 10일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가 직면할 최대 난제는 중국을 견제하는 인·태 전략의 기능적 부속품으로 한·미 동맹을 쓰는 미국의 문법과 한반도 안정 및 평화를 위한 한·미 동맹으로 읽는 한국의 문법을 조정하고 조화하는 일이다.
 
한국은 인·태 전략상 우선순위가 떨어지는 북한 문제에 대한 미국의 관심을 제고해 북·미 대화를 이끌어야 하고, 인·태 전략 보고서에서 콕 집어 기술할 만큼 미국이 강력히 요구하는 한·일 관계 개선에 부응해야 한다.
 
중국의 현상 변경 시도가 가시화하거나 한반도 밖에서 분쟁이 발발하는 경우, 또는 중국을 차별하는 공급망 및 첨단기술 연대가 형성되는 경우, 한국은 입장을 밝혀야 한다.  
 
대통령은 대선 토론하듯 모든 내용을 숙지할 필요는 없다. 다만 큰 틀에서 세 가지 방향타를 잡아줘야 한다. 첫째, 중국은 물리력이나 매력 양면에서 미국의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오히려 동중국해·남중국해·인도에서 영토분쟁을 일으키고, 경제 강압과 인권 침해로 긴장과 갈등을 조성해 역내 비판 대상이 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은 한·미·일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한 미국 주도 신질서에 우선적으로 동참하면서 한·중 네트워크의 연계와 확대를 꾀해야 할 것이다.
 
둘째, 미·중 사이에서 당당한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다. 그간 시진핑 중국 정부와 트럼프 미국 정부 시기에 잘 보여줬듯 미·중 양국이 주변국에 선택을 강요하면 역효과가 났다. 호주가 좋은 사례다. 중국은 호주가 중국 기업 화웨이의 5G 네트워크를 차단하고 코로나19의 기원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자 전방위로 경제 압박을 가했다.  
 
그러나 호주가 당당히 맞대응하자 미국·쿼드·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국제사회의 중국 비판이 줄을 이었고, 중국의 국제적 영향력에 심대한 상처를 입혔다.
 
셋째, 한국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란 보편 가치, 한류라는 글로벌 문화 정체성을 가진 국가다. 세계 10위권의 중견 선진국으로서 우리의 가치와 정체성에 맞게 외교 기준과 원칙을 설정하고, 그에 따라 미·중 사이 국익을 계산하면 된다. ‘균형외교’나 ‘전략적 모호성’과 같은 19세기적 사고는 버려야 한다.
 
외교·안보는 국가의 미래를 결정짓는 대통령의 절대적 권한이다. 경제처럼 전문가에 맡길 수도 없다. 미·중 정상을 상대할 윤 당선인은 이번 정상회담을 절호의 기회로 삼아 도약하길 기대한다.

손열 /동아시아연구원장·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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