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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노인과 휴대폰

싼 휴대 전화는 비지떡이었다. 아침저녁으로 집 앞을 걸으면서 듣기 위해 친구에게 한국 가곡이나 민요를 입력해 달라고 부탁했다. 전화 용량이 부족해서 입력할 수 없단다. 나는 전화에도 용량이 있는 것을 몰랐다. 용량이 많은 전화로 바꾸었다. 모든 애플리케이션을 새 전화로 옮겼다.
 
전화를 사용하기 전 애플리케이션을 손질하지 않았다. 아케이디아의 비뇨기과 전문의와 상담 예약이 있었다. 시간을 넉넉히 잡고 출발했다. 운전하면서 구글 지도에 행선지 주소를 입력했는데, 목적지가 나오지 않는다. 어쩌나. 210번 프리웨이에서 내려 차를 세우고 아들에게 전화했다. 로즈미드와 듀어트 교차로에서 우회전을 하라고 한다, 우회전을 해서 서쪽으로 가니까 길이 점점 좁아지다가  없어졌다.  
 
예약 시간이 되었다. 차를 세우고 전화로 비뇨기과를 찾아서 주소를 물었더니 동쪽으로 오란다. 동서를 혼돈했다. 시간이 15분 지나면 예약 취소라고 한다. 허겁지겁 주소를 찾아서 사무실에 들어가니 예약 시간이 30분 지났다. 오렌지카운티에서 오느라고 늦었다고 하니까 사정을 봐주어서 진찰을 받았다.
 
구글 지도를 한 번 연습할 것을 깜빡 잊었다. 요즘 잊는 일이 부쩍 늘어났다. 깜빡깜빡한다. 몇 년 전 차를 구입할 때 블루투스를 연결해 운전하며 전화할 수 있는 스크린 장치를 이 바보는 몰랐다. 전화 모양의 그림이 왜 있나 의심까지 했다.
 
다음날 아내의 내과 의사 예약 날이었다. 사무실에 앉아서 기다리면서 스테이플스에서 새로 산 휴대폰의 펜을 꺼내서 바둑을 두다가, 아내의 이름이 불려져 일어나면서 펜을 떨어트렸다. 재수가 없으면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고, 그 놈의 펜이 안락의자 사이로 빠졌다.  
 
손을 넣었으나 펜은 더 깊이 들어갔다. 손이 들어갈 사이도 없었다. 손에서 피가 흐른다. 우선 의사를 만나보고 나와서, 그 의자의 구조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앉는 방석이 분리되지 않고 연결돼 있다. 병원 건물 관리인에게 이야기했더니 한 번 찾아 볼 테니 내일 오라고 한다.  
 
다음 날 건물 관리인을 만났다. 펜을 찾으려면 그 의자를 톱으로 잘라 분해해야 한다고 한다. 하여간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고 병원을 나왔다.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나의 소중한 장난감을 버리고 온 기분이다. 그 펜은 의자가 닳아 버려질 때까지 그 어두운 감옥 속에 있겠지.
 
 ‘ㄱ’자 도구를 가지고 다시 가서 찾아볼까. 아니다 포기하자.
 
손가락으로 글자를 누르는 경우가 많다. 젊은이들은 두 손으로 잘 하는데 내 손은 관절염으로 굵고 투박하고 뻣뻣해서 잘 틀린다. 펜 생각이 간절하다. 펜을 다시 살 수도 있다. 잃어버린 펜이 나를 부르는 것 같아, 스테이플스 앞을 지나고 있다.  
 
휴대 전화 때문에 희비 쌍곡선이 많다. 노인들은 전화 사용법을 더 배워야 한다. 배워도 잊어버린다. 잊어버리면서 또 배운다.

윤재현 / 전 연방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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