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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맥도널드도 못 막은 전쟁

 1996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이 ‘황금 아치의 갈등 예방 이론’이란 것을 소개했다.
 
“맥도널드 매장이 있는 나라 사이에선 절대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다소 도발적인 내용이었다.  
 
황금 아치는 맥도널드 매장마다 세워져 있는 노란색의 거대한 ‘M’자 조형물을 말한다. 그래서 ‘맥도널드 평화이론’이라고도 불렀다.  
 
사실상 당대를 풍미하던 세계화에 대한 예찬이기도 했다. 각 나라 경제가 얽히면서 일단 한 시스템에 들어오게 되면 강력한 외교 정책이 작동해 서로 섣불리 전쟁을 일으킬 수 없게 된다고 주장했다.
 


 2018년 북미 정상회담 국면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맥도널드 평양점 입점을 바란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이론을 염두에 뒀는지는 모르겠지만, 맥도널드가 평화 정착에 역할을 할 거란 기대감이 반영됐던 것은 분명하다.
 
사실 이 이론은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의문에 부딪혔다. 맥도널드가 성업 중이던 세르비아가 1998년 코소보 전쟁을 일으키면서다.  
 
역시 수천 개의 맥도널드 매장을 가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까지 이 전쟁에 개입했다.  
 
그러자 그간 맥도널드가 전쟁 안 날 만한 나라에만 진출해서 그랬지, 그 자체에 어떤 억지력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론이 아니라 그저 결과론적 연관성일 뿐이라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프리드먼도 할 말은 있었다. 코소보 전쟁은 내전이었고, 나토는 엄밀히 말하면 국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다 지난달 러시아 군대가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었다. 이번엔 반론의 여지 없는 맥도널드 진출국 간의 전쟁이었다.
 
여기에 지난 8일 맥도널드는 러시아 내 850개 매장의 영업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냉전 해체의 상징으로 모스크바 푸시킨 광장에 처음 들어섰던 매장도 32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평화이론 자체가 원점으로 돌아가는 순간이다.
 
매사추세츠 앰허스트대의 폴 무스그레이브 교수는 ‘맥도널드 평화이론’을 “아름답지만 바보 같은 꿈”이라고 했다. 분쟁을 막는 데 경제의 역할을 너무 과장했다는 것이다.  
 
특히 앞으로 정치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때, 영토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을 때, 맥도널드와 상관없이 일어날 전쟁은 일어날 거라고 봤다.
 
가혹한 경제 제재로 국가부도 직전에 몰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금 민간인까지 공격 목표로 삼고 있다. 곧 문을 닫을 맥도널드 모스크바 매장이, 이제 황금 아치 같은 달곰한 것만으로는 독재자의 도발을 막을 수 없는 시대가 됐다는 신호로 보인다.

김필규 / 워싱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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