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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급락에 한인 투자자들 '세금 냉가슴'

[포커스]
수익 재투자 했다 낭패
세금 낼 돈 마련 어려워
전문가 '분납도 방법'

지난해까지 증시에서 수년간 지속한 상승장으로 큰 수익을 올렸던 한인 투자자들이 올해 들어 장이 급락하면서 거액의 세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1일에도 증시는 하락세로 마감했다. [로이터]

지난해까지 증시에서 수년간 지속한 상승장으로 큰 수익을 올렸던 한인 투자자들이 올해 들어 장이 급락하면서 거액의 세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1일에도 증시는 하락세로 마감했다. [로이터]

 주식 투자자 A 씨는 요즘 시장을 볼 때마다 애가 탄다. 폭삭 가라앉은 분위기는 되살아날 기미가 없고 세금보고 시한은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10만 달러 정도 시세차익을 봐 3만 달러가량 세금을 내야 한다”며 “그런데 차익을 모두 다른 종목에 재투자했고 오르면 팔아서 세금을 낼 계획을 세웠는데 현재 반 토막 난 상태”라고 울상을 지었다.
 
11일 한인 공인회계사(CPA) 업계 등에 따르면 세금보고 시즌인 요즘 주식 초보들의 세금 관련 문의가 크게 늘었다.
 
이들은 A 씨처럼 지난해 단타 투자로 재미를 본 뒤 다시 주식에 재투자했는데 시장이 약세를 보이면서 당장 세금 낼 돈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회계법인 ‘UCMK’의 엄기욱 대표는 “세금보고 마감 시한이 다가오면서 엄청나게 많은 한인 투자자들이 비슷한 하소연을 한다”며 “주식 관련 자본이득세(Capital Gains Tax)는 1년 이상 장기 보유면 세율이 보통 15%지만 1년 미만인 경우는 소득에 따라 최고 35% 연방세와 13.3% 주세까지 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증시는 호황을 누렸지만 해가 바뀌며 뉴욕증시의 나스닥과 S&P500이 각각 연초대비 16%와 10% 이상 떨어졌다.
 
투자자인 B 씨는 “지난 연말 27만 달러였던 투자금이 현재 14만 달러 절반으로 줄었다”며 “거의 모든 주가가 1년 전 수준으로 돌아간 것으로 지난해는 상당한 이익을 봤지만, 현재는 모든 자금이 주식에 묶여 세금 낼 돈이 없는 상태”라고 털어놨다.
 
회계법인 ‘JJJ’의 저스틴 주 대표는 “닷컴 버블 붕괴 당시도 전년도에 수백만 달러의 자본이득을 올렸다가 이후 주식이 휴짓조각이 되면서 세금 낼 돈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며 “세금 문제를 상쇄할 다른 비즈니스가 없다면 주식 투자자는 매년 연말이 되기 전에 포트폴리오 조정을 미리 해둬야 하고 대비하지 못했다면 분납 등의 방법을 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투자자는 나름대로 절세 관련 예방 조처를 했지만 기대한 대로 되지 않은 경우도 많다.
 
은행에 다니는 C 씨는 “지난해 주식으로 8만 달러 수익을 봤고 이 중 1년 이상 장기 보유한 비중이 80%나 됐는데도 연방세와 주세를 합해 2만 달러 가까이 세금으로 나왔다”며 “지난 3개월 동안 재투자한 주식이 폭락해서 현금 마련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직장인 D 씨는 “지난해 밈(meme) 주식 덕분에 11만 달러 정도 수익을 올렸다”며 “연말에 세금을 줄여보려고 일부러 거래한 종목도 있는데 손실처리가 안 되는 금액(Wash Sale Loss Disallowed)이 4만 달러나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주식 매각이 힘들다면 급한 대로 세금을 분납하는 방법이 있다고 조언했다.
 
엄 대표는 “국세청(IRS)에 수수료로 200달러가량을 내고 나눠서 내겠다고 신청할 수 있다”며 “다만 세금보고 마감일인 올해 4월 18일을 넘겨서 완납하지 못하는 부분에는 벌금과 이자가 부과된다”고 말했다.
 
공인 택스솔루션 스페셜리스트인 제임스 차 CPA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증시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해결책을 찾는 문의가 크게 늘었다”며 “분납도 불가능한 도저히 세금을 낼 수 없는 상태라면 전문가의 도움을 얻어 해결하는 편이 확실하다”고 전했다.

류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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