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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퇴임 후를 생각하는 대통령

새 대통령이 선출됐다. 한국 정치사에 또 한 명의 대통령을 추가했다. 현재는 당선인 신분이지만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면 전임 대통령도 한 명 더 갖게 된다. 취임도 안 한 당선인을 놓고 퇴임 후를 말하기기 어색할 수 있다. 하지만 재임 중 통치 못지않게 퇴임 후 국민으로부터 존경 받는 대통령으로 남는 것도 중요하다. 전임 대통령의 퇴임 후 위상은 재임 중 업적으로 결정되기에 그때를 생각하며 현재의 경계로 삼아야 한다.  
 
초심을 잃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초심은 과거를 생각하는 것이지만 퇴임 후는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다. 떠날 때 박수 받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각오는 현재 대통령의 위치에서 바른 정치를 하려는 의지와 연결된다.  
 
전임 대통령은 국가를 통치해 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명예로운 자리다. 국가 장래를 좌우할 중대 사안에 대한 어렵고 고독한 결정이 현직 대통령에게는 있지만 전임 대통령에게는 없다. 전직의 명예는 남지만 현직의 책임은 없는 자유로운 위치가 바로 전임 대통령이다.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퇴임 후 더 존경 받는 대통령이 많다. 대표적인 대통령이 지미 카터다. 퇴임 후 비영리재단을 설립해 주택 지원 사업과 빈곤층 질병 퇴치 운동, 국제 분쟁 해결 등에 나서면서 전임 대통령 역할의 전범을 보였다. 카터는 인터뷰에서 “현직 대통령에 있었다면 이런 활동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퇴임 후 개인 자격으로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밝혔다.  
 
대공황 시절 대통령직을 역임한 허버트 후버도 퇴임 후 해외 식량 원조 사업에 헌신해, 세계 기아 문제 해결에 일조했다.  
 
한국도 대통령 제도 시행이 70년에 가까워지면서 여러 대통령을 배출했지만 현직을 떠난 후 존경 받는 대통령은 드물다. 청와대를 나와 국민의 품으로 돌아 갔을 때 사회 각 분야에서 기여한 대통령을 찾기 어렵다. 국가를 운영했던 경륜은 임기 종료와 함께 사장되고 만다.  
 
현직 대통령의 리더십 원천은 권위에 대한 복종에서 나오지만 퇴임 후 리더십은 국민의 자발적인 존경에서 비롯된다. 복종을 강제하는 것보다 동참을 이끄는 리더십이 더 가치있다. 그런 지도력을 전임 대통령에게서 볼 수 있기를 국민은 기대해 왔다.  
 
제임스 뷰캐넌 대통령을 연구했던 작가 존 업다이크는 “현직 미국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이라는 행복한 위치로 가는 길에 잠시 머무는 정류장”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으로 국가에 헌신하는 기간은 길어야 8년이지만 전임 대통령으로 활동할 기간은 무한하다.  
 
제20대 선거에서 당선된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이 될 수 있는 흔치 않는 티켓을 들고 정류장에 서 있다. 그 티켓으로 전임 대통령이라는 ‘행복한 직업’을 가질 기회가 주어졌지만 자격이 부여된 것은 아니다. 자격은 5년간 현직에서 국민의 신뢰를 받았을 때 생긴다.  
 
대통령 연구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리처드 뉴스타트는 저서 ‘대통령의 권력’에서 대통령은 무한대의 권력을 휘두르는 자리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다양한 이해관계의 조정자 역할을 하고, 국민의 신망을 얻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또한 그는 사랑 받는 대통령이 되려면 적합한 인재를 등용하고, 뚜렷한 목표를 제시하며, 국정을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대통령 당선인이 화합과 협력의 통치로 한국 정치의 새로운 지평을 열기 바란다. 퇴임 후에도 여전히 국민의 사랑을 받는 전임 대통령의 전례를 만들기 기대한다. 현직의 권력은 유한하지만 퇴임 후 국민의 사랑은 오래 남는다.

김완신 /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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