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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지사지(歷知思志)] 투표함

 1956년 5월 제3대 대통령 선거는 전국 각지에서 부정 선거 의혹이 일었다. 서울 성동구 제12투표구에서는 야당인 민주당 측 참관인이 화장실을 간 사이 투표를 개시해버려 파문이 일었다. 야당 측 참관인은 자신이 없는 동안 투표가 진행된 것에 반발했고, 그 과정에서 투표함의 밑바닥이 열려있다는 것까지 알게 됐다.
 
야당 측 참관인은 “내가 만일 투표함의 밑바닥이 열린 것을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반드시 무더기 표가 들어갔을 것으로 생각한다. 틀림없이 계획적인 행위”라고 추궁했다. 그러자 당시 성동구 선거위원장은 “투표함이 몇 해씩 묵은 것인 만큼 혹시 그런 일이 있을 수도 있다”고 답했다.
 
이미 선거 전부터 투표함 바꿔치기 의혹이 떠돌아 야당 측에서는 투표함 이송 시 야당 측 호송인이 따라갈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당시 중앙선거위원회(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법령에 없다는 이유를 들어 거부했다.
 
1950년대의 선거는 한국 민주주의에서 가장 어두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자유당 시절’이라는 단어에는 투표를 신뢰할 수 없는 시대라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이번 대선에서 선관위의 투표함 관리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일부 코로나19 확진자는 투표권도 행사할 수 없는 위기에 처했다. 이쯤 되면 투표를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방해하는 것이라는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자유당 시절’에 이어 선관위의 ‘흑역사’를 추가하게 됐다.

유성운 / 문화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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