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전쟁에 고삐 풀린 지구촌 물가
빈곤층 먹거리 체감물가↑
실질소득 줄고 빈곤화 가속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세계 경제가 물가는 더 뛰고 경기는 급격히 둔화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경우 이들의 신음은 더 커지게 된다.
남아시아의 빈국 방글라데시에서 올해 1월 식품 물가가 도시 4.85%, 지방 5.94% 올랐다. 하지만 소외 계층이 체감하는 식품 물가 상승률을 추산한 결과 도시는 11.36%, 지방 11.21%로 나타났다. 빈곤층이 느끼는 식품 물가 상승률이 통계청 공식 발표치의 2배에 달한 것이다. 셀림 라이한 SANEM이사는 지난 1일 이런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으며 “인플레이션은 소외된 사람들에게 가장 가혹한 세금이다. 빈곤층은 필수 식품 의존도가 높아 이를 줄일 수 없고 이들 품목의 가격 급등에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고 말했다.
팬데믹으로 인한 국제 공급망 차질로 각국의 원자재 수입 가격이 뛰면서 식료품이나 기름 지출 비중이 부유층보다 높은 편인 서민들의 물가 시름이 더 깊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의 1월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1년 만에 최고치인 7.2%를 기록했다. 물가 상승은 실질 소득 감소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진다. 가계의 빈곤화를 부추길 수 있다.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48.7%)이 50%에 육박할 정도로 만성적인 고물가에 신음하는 터키에서는 팬데믹까지 겹쳐 빈곤 문제가 악화하고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터키에서 2020년 빈곤선(하루 5.5달러) 이하의 생활을 하는 사람이 160만명 늘어났다. 이에 따라 빈곤율이 2019년 10.2%에서 2020년 12.2%로 높아졌다. 터키에서 소비자물가가 1% 상승하면 가난한 사람은 2%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됐다.
“전쟁은 경제적 재앙…빈곤층 가장 큰 타격”
이미 각국에 인플레이션 비상이 걸린 가운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세계 경제에 큰 악재가 되고 있다.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는 지난 5일 BBC 방송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이미 세계적으로 물가가 오르는 안 좋은 시기에 일어났다”며 세계 경제에 재앙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이 가난한 나라와 빈곤층에 가장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했다.
세계가 3차 오일 쇼크를 걱정할 정도로 국제 유가가 7일 배럴당 120달러를 찍는 등 폭등세를 보이면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확산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발 원유와 곡물 등 원자재 가격 급등이 세계적으로 특히 식품과 연료 지출 비중이 큰 빈곤층에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 식량 위기 걱정도 커지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집계하는 세계식량가격지수가 2월 140.7(2014~2016년 평균 100 기준)로 1년 전보다 24.1% 뛰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는 물론 ‘유럽의 빵 바구니’로 불리는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차질은 곡물 가격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세계 밀 수출의 29%를 차지한다.
데이비드 비즐리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은 식량 가격 상승과 관련, “더 많은 사람이 굶주린 채 잠자리에 들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산 밀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 에티오피아, 예멘, 레바논, 이집트, 팔레스타인 등의 타격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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