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업] “우울증 아내에게 어떤 책이 좋을까요”
“우울병 아내에게 어떤 책이 좋을까요.”우울병을 보이는 아내를 위해 이런 질문을 하는 착한 남편을 보면 감동을 받는다. 우울병은 본인은 물론 가족을 힘들게 만드는 고약한 병이다. 우울증 환자는 희망을 잃고, 슬픈 기분이 거의 매일 2주 이상 계속되며 몸에도 많은 변화가 생긴다. 의학적 원인이 없는 상태에서 기력이 약해져 피곤하고, 입맛이 떨어지며 잠을 잘 수가 없다.(청소년이나 중년 여성에서는 반대로 식욕이 왕성해지고, 너무 많이 잠을 자는 바람에 비만이 되기도 한다)
마음과 몸의 변화뿐 아니라 생각하는 능력에도 지장을 준다. 집중력이 떨어져 일이나 공부를 못하고 쉬운 결정도 내릴 수 없다. 단순히 ‘정신과적 병’이 아니라 온몸의 질병인 셈이다.
이런 아내를 둔 남편들의 경우 직장 생활에 종종 지장을 받는다. 아이들은 "내가 엄마에게 무얼 잘못했을끼?" "엄마는 항상 찡그리며 나를 보고 있어. 미워하나 봐"등 자기중심적인 의문을 가지며 우울증세를 보일 수 있다.
아내의 병을 이해해 환자를 돕겠다는 남편을 만날 때 내 기쁨은 크다. 이럴 때 나는 데이비드 번스 박사의 '필링 굿(Feeling Good)'이라는 책을 권한다. 그는 펜실베니아대학에서 인지행동치료법(CBT)의 창시자 에런 벡 박사로부터 인간의 생각이 감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배웠다. 그리고 생각을 바꾸고 행동할 때 환자의 감정에 좋은 변화가 오는 것을 목격했다.
책의 한 사례다. 소아과 의사가 심한 우울증세와 자살 충동 때문에 그를 찾아왔다. 최근에 자살한 자기 동생을 구하지 못한 것에 대해 심한 죄의식을 느끼며 자신도 따라서 죽는 것이 마땅하다고 믿고 있었다. 번스 박사는 환자에게 "자신의 잘못으로 동생이 죽었다"는 생각 대신에 "원인 모를 이유로 동생이 죽었다"라고 생각을 바꾸라고 했다. 그 후 환자는 우울증세가 많이 호전됐다.
CBT, 상담치료와 함께 정신과 약물치료가 필요한 환자도 많다. 우울병 때문에 식욕을 잃거나(또는 많아지거나), 전해질이나 지방대사에 이상이 오거나, 잠을 이루지 못하는 환자들에게 약물치료는 필수다.
그러나 많은 정신과 환자들은 잘못된 정보나 과거의 아픈 기억 때문에 약물사용을 거부한다. 30대 초반의 여성 환자가 극심한 공황장애와 우울병으로 번스를 찾아왔다. 그녀는 항우울제나 다른 약품들을 거부했다. 그녀는 빨간색과 노란색의 두 가지 약을 번스 박사로부터 받았다. 하나는 진짜 약이고, 하나는 밀가루로 만든 위약이었다. 의사는 두 가지 다 천천히 양을 올리며 복용하라고 지시했다.
몇 주 후 어느 날 그녀는 심한 부작용을 호소하며 응급실을 찾았다. 그간 두통, 구역질 등으로 고생했다는 환자의 불평에 번스는 두 가지 약 모두가 위약이라고 말했다. 즉 환자는 자신이 상상했거나 잘못 들었던 부작용 등에 집착하면서 이를 몸의 증상으로 경험한 것이다. 정신과 약품에 대한 자신의 불안감을 깨달은 후에 환자는 적절한 약물치료를 받고 증상이 호전됐다.
찾아오는 환자들에게 나는 ‘다중 치료(biological-psychological-social- spiritual)’를 권한다. 육체적(약물, 운동, 식사), 심리적(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함), 사회적(가정, 직장, 학교, 지역 사회 협조) 그리고 영적인 도움을 동시에 받으면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다.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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