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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도산 가족이 남긴 아름다운 유산

김형재 사회부 차장

김형재 사회부 차장

 ‘무실역행 충의용감(務實力行 忠義勇敢)’. 성실을 바탕으로 진실된 일을 삶 속에서 실천하고, 충성과 절의를 위해 용기 있게 행동하자. 덧붙이면 개인의 당리나 사익보다 공동체 이익을 우선으로 참되고 성실하게 살자는 태도다. 미주 한인사회 정신적 지주인 도산 안창호 선생의 가르침이다.
 
교과서로 배운 도산, 사실 그의 삶을 제대로 알진 못했다. 일제강점기 민족정신을 강조하고 개인 교육과 함양을 통해 독립을 쟁취하자는 이상주의자 정도로 여겼다. 외교적 해법을 중시했던 이승만이 근거 없는 자신감의 ‘이성과 현실’ 쪽이라면, 도산은 조국 잃은 현실을 곱씹는 ‘자아수련과 감성’ 쪽이라는 느낌도 강했다.
 
도산의 삶과 행적을 마음으로 받아들인 기회는 미국에서 얻었다. 10년 전 한 결혼식장에서 인사했던 안수산 여사(1915~2015)가 도산의 딸이라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다. 고령의 노인은 온화하게 웃으며 사람을 대했다. 겸손한 말씀과 예의를 갖춘 행동에서 품위가 느껴졌다.  
 
안 여사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미 해군 첫 아시아계 여성장교로 활약했다. 이후 한인사회 발전에 힘을 썼다.
 


2003년 안 여사는 “내가 미국에서 한국 사람임을 잊지 않았던 것은 ‘한국 정신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아버지의 당부 때문이다. 아버지가 살아 계신다면 ‘남북이 분단됐는데 너도 통일을 위해 무엇을 해야만 하지 않겠느냐’고 했을 것”이라며 모국 사랑을 강조했다. 안 여사가 타계한 해인 2015년 LA카운티는 3월 10일을 ‘안수산의 날’로 선포하기도 했다.
 
3·1절 기념식, 8·15광복절 기념식, 개천절 기념식 등 민족행사 때마다 도산의 막내아들 랄프 안(안필영) 선생은 빠짐없이 참석했다. 안 선생은 인터뷰를 요청할 때마다 차분함을 내보였다. 안 선생의 말씀에도 항상 깊이가 있고 기품이 넘쳤다.
 
도산 안창호 선생(1878~1938)과 이혜련 여사(1883~1969) 부부의 자녀는 필립 안, 필선 안, 안수산, 안수라, 랄프 안 5남매다.  
 
도산 자녀의 공통점은 안창호의 혈통만 내세운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최근까지 생존한 랄프 안 선생과 누나 안수산 여사는 한인사회의 존경받는 원로로 자리매김했다. 한인사회 구성원은 도산 자녀들이 보인 민족사랑이란 철학과 귀감이 되는 모습을 마음으로 따랐다. 도산 자녀들은 그들 삶 자체로 무실역행 충의용감을 실천했다. 그들의 삶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존경’과 한인사회 ‘정신적 지주’라는 명성을 얻은 셈이다.
 
2월 26일 오후 11시 11분 도산의 마지막 자녀인 랄프 안 선생이 별세했다. 한인사회는 2021년 미주도산안창호 기념사업회 홍명기 총회장 타계에 이어 ‘큰어른’을 또 잃었다. 수많은 이들이 진심을 다해 애도하고 있다. 고 랄프 안 선생과 도산 가족이 남긴 정신적 유산을 계승하자며 서로를 다독인다.
 
랄프 안 선생은 생을 다할 때까지 아버지와 어머니의 정신적 유산을 알렸다. 한인사회 화합과 발전을 지원하는 데 힘을 다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그분의 유지를 되새겨 본다.  
 
“한인 청소년의 앞날은 무궁무진하다. 그들은 얌전하지만 기품이 있고 도전정신으로 가득 차 있다.”
 
“한인사회는 훌륭한 커뮤니티로 여러 교회, 단체, 청소년 단체가 활동한다. 충분히 잘하고 있고 진정 훌륭한 커뮤니티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사랑의 뜻을 강조했다. 가족을 위한 사랑, 친구를 위한 사랑, 한인사회와 커뮤니티를 위한 사랑, 조국사랑 등을 통해 우리 모두 인내와 용기를 지켜나갈 수 있다.”  

김형재 / 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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