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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동전의 양면’이 된 디지털 시대

 며칠 전 아침에 습관대로 컴퓨터를 켜고 그날의 뉴스 제목을 훑어 내려가고 있었다. 첫번째 뉴스 제목을 읽은 후 다음 항목으로 옮기는데 화면에 ‘순진, 왜 이 뉴스에 관심이 없으세요?’라는 자막이 나왔다. 순간 깜짝 놀라면서 언제부터 컴퓨터가 내 기사 선택을 감시하고 있었나 하는 의문과 함께 사생활을 침범 당했다는 불쾌감이 들었다.  
 
되돌아 보니 내 컴퓨터 사용 습관을 체크하는 존재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던 때가 몇 번 있었다. 최근에 경험한 일이다. 사무용 책상을 사려고 컴퓨터를 통해 샘플을 훑어 보았는데 다음날부터 컴퓨터 화면에 사무용 책상들의 세일 광고가 즐비하게 소개됐다.  
 
어느 상품에 관심을 보인 컴퓨터 사용자가 있다는 것을 알면, 며칠 계속해서 그 상품 광고를 TV에 올려서, 판매를 유도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런 광고가 실수요자만을 목표로 한 것은 아니라는 것도 깨닫게 됐다. 상품을 소개하고 광고함으로써 그 물건에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의 호기심과 구매욕을 자극해 구매를 촉진시키는 부수적인 이득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물건에 대한 광고와 달리, 시청자가 어느 뉴스 매체를 자주 보고, 어떤 내용의 기사를 자주 읽는가를 추적해서 시청자의 정치, 사회적 관심과 성향을 짐작하는 것은 어쩐지 편안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런 생각과 함께 자연히 떠오르는 작품이 1948년 출판돼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1984’라는 소설이다.  
 
영국의 작가 조지 오웰의 마지막 작품으로 개인의 자유가 완전히 봉쇄된 독재정치의 무서운 가상 세계를 그린 작품이다. 소설 속 세상에는 ‘빅 브라더’라는 무시무시한 독재자가 모든 시민의 집과 방마다 텔레스크린이라는 거대한 장비를 설치해 놓는다. 사상전담 경찰(Thought Police)을 동원해서 집안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세세한 움직임을 감시하고, 도청할 수 있게 해 놓았다.  
 
대중의 ‘구세주’이며 천하를 지배하는 ‘큰형님’에 대한 충성에 조금이라도 비판적이라는 의심이 들면 즉시로 ‘증발’되는 극도의 공포 정치 세상의 모습이다.  
 
이런 무서운 공포 정치는 실제로 20세기 초 세계 여러 곳에서 등장해 수많은 무고한 희생자를 내게 했다. 이는 소설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만든 배경이 됐다.  
 
20세기 후반에 들어서면서 독재 공포 정치라는 무서운 악의 세력을 견제하는 강력한 새 세력이 등장했다. 바로 전세계를 연결해서 수십억 인구를 대상으로 무료 또는 저렴한 가격으로 각종 정보와 지식을 제공하고 있는 인터넷의 등장이다.  
 
오늘도 내 컴퓨터의 화면에는 ‘우리 회사는 새롭고, 빠르고, 안전하며, 사생활을 보장하는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합니다’라는 광고가 떴다. 이런 편리한 서비스를 공급하는 회사들은 거대한 자본의 힘으로 소비자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고 소비 습관을 조정해서 더욱더 거대한 부를 쌓고 있는 수퍼 자본들이다.  
 
한편 소비자들도 완전히 무력한 수동적인 존재로 볼 수는 없다. 언제든지 인터넷, TV, 컴퓨터를 켜고 끄고, 선택할 수 있는 ‘스위치’를  손에 쥐고 있기 때문이다. 가끔 불편한 점이 있더라도 ‘스위치의 자유’를 누리고 있다는 점에서 컴퓨터와 인터넷 서비스는 우리 생활에 플러스가 되는 고마운 친구이다. 

김순진 / 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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