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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잘나지 않아도 존중받는 사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베이징 겨울올림픽이 끝났다.
 
이번 대회에선 한인 2세 클로이 김 선수가 스키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부문 올림픽 2연패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한인들에게 큰 자부심을 느끼게 해준 소식이었다.  
 
하지만, 대회 직전 김 선수는 4년 전 평창 올림픽에서 딴 금메달을 ‘쓰레기통에 던졌었다’고 전했다.
 


올림픽 이후 매일같이 온라인에서 인종차별 피해를 겪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AP통신은 지난 13일 아시아계 미국인 여성 선수들이 인종차별적 공격과 이중잣대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이 항상 인종차별적 폭력에 노출돼 있으며 이는 경기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일 경우 더 심해진다는 것이다.
 
이들은 좋은 성적으로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때만 그나마 가치있게 여겨지는 것 같다고 기사는 전했다.
 
이 소식은 미국사회의 고질병인 인종차별이 여전히 심각하다는 걸 새삼 느끼게 했다.
 
미국서 태어나 자신의 분야에서 정상에 오른 클로이 김이 이 정도라면 대부분의 한인들이 처한 현실은 더욱 심각할 것이다.  
 
가끔 미국생활을 오래 한 한인들과 인종차별에 대해 얘기할 기회가 있다.
 
사람마다 경험이 달라 인종차별 유무를 놓고 설전에 가까운 토론이 벌어지기도 한다.
 
일반화하기는 어렵겠지만, 대체로 관찰되는 현상 가운데 두드러진 점은 자신의 분야에서 ‘잘 나가는’ 사람이거나, 일부 전문직 종사자, 중산층 이상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에 사는 사람일수록 이러한 ‘차별’이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들에 대한 차별 행위가 적을 수도 있다. 또는 차별적 행위가 아주 세련된 형태라서 미처 느끼지 못할 수도 있고, 직장 내 승진 경쟁 등 차별을 해야 할 ‘결정적 순간’이 없었을 수도 있다.
 
반면, 불특정 다수 속에서 생업에 종사하거나 ‘잘 나가지 못하는’ 한인일수록 ‘차별’의 경험을 더 많이 갖고 있었다.
 
지난해 본지 설문조사에서도 한인의 절반 이상이 ‘인종차별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민자 또는 이민자의 자녀로 미국에서 사는 대부분의 한인들은 시민권 보유 여부에 관계 없이 스스로를 미국사회의 주인이자 당당한 구성원이라고 생각한다.
 
성실히 일해 세금을 납부하고 시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하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대우와 존중을 받기를 원한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경우 주류사회에 두드러진 공헌을 하거나 탁월한 성과를 입증해야 겨우 차별을 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을 수 있다.
 
이제는 우리 자녀들이 피부색에 관계 없이 올림픽 메달을 따지 않아도, 방역물품을 대량 기부하지 않아도, 잘나지 않은 평범한 시민이라는 것만으로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

박기수 /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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