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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 예수의 선포 1 (눅 4:16-30)

예수의 삶을 나눔, 가르침, 저항/ 투쟁, 영적인 삶, 선포, 보내심의 여섯 측면으로 분류해서 살펴볼 수 있고 지난 칼럼에서는 영적인 삶까지 다루었다. 그런데 예수의 삶 가운데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할 면이 바로 선포이다.  
 
‘치맥은 진리다’는 표현 속에서 ‘진리’란 무엇일까? ‘좋다/옳다’는 것과 그 좋고 옳음이 ‘늘 그렇다’는 의미를 함께 가지고 있는 듯하다. 진리가 이렇게 우리 일상 속으로 스며들어온 것은 반가운 일인데, 일상을 넘어서는 그 어떤 것에도 진리에 관한 담론을 기대하지 않는 세상이 되어버릴까 염려되기도 한다.  
 
우리는 흔히 진리를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사태나 실재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종교, 철학, 과학 모두 진리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며 그들의 접근법이 다양하다. 과학은 관찰과 경험, 가설을 근거로 진리를 찾고, 철학은 사유와 언어, 인간의 실재에 대한 분석과 통찰을 통해서 진리를 찾는다. 종교는 과학과 철학의 방법들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위에 ‘선포되고 약속된’ 진리를 포함한다.  
 
그런데 선포와 약속도 진리라는 가치를 가질 수 있을까? 과거에는 지성을 진리의 주체로 여겨서 지성의 정합성이 진리의 주된 척도였다면, 현대에는 인간의 총체적인 삶과 그 삶이 소통하는 인간의 상황, 그 상황 속에서 인간, 사회, 세계, 자연을 얼마나 참된 길로 인도하는가 하는 점들이 진리를 이루는 중요한 요소이다. 예를 들어, 어릴 때 부모와 함께 연주회장에서 들었던 음악 소리를 기억하고 그 소리를 재현하고자 하는 갈망을 가지게 되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자신의 삶을 오디오개발에 바친다면, 또한 그 개발된 오디오를 통해서 경험하는 음악의 아름다움이 우리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깊은 위로를 가져온다면, 자신의 몸속에 박혀버린 ‘기억과 꿈’, 그것을 타자와 나누는 ‘공유’도 진리다. 소설, 영화, 대중가요의 한 줄이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 진리란 이렇게 지성, 삶, 상황, 아름다움, 상상, 기술, 지혜, 기억과 꿈을 포함한다.  
 
예수의 선포와 약속은, 비록 우리가 그 실체를 ‘아직’ 찾기 어려울 때도 있지만, ‘이미’ 선포되었고, 인간의 기억, 꿈, 아름다움, 나눔을 넘어서는 ‘새로운 가치’를 우리에게 보여줄 뿐만 아니라, 거룩한 신적 갈망이 이 땅에서 이루어져 가는 일체의 과정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그 어떤 진리보다도 더 강력하며, 고난 속의 인간에게 깊은 위로와 소망이 되기도 한다.  
 
누가복음 4장 18절에서 예수는 “주의 성령이 내게 임하셨으니 이는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시려고 내게 기름을 부으시고 나를 보내사 포로 된 자에게 자유를, 눈먼 자에게 다시 보게 함을 전파하며 눌린 자를 자유롭게 하고”라고 선포했다. 예수는 이 말씀을 선포한 후에 이 말씀이 바로 자신에 대한 말씀이라는 것도 함께 선포했다(눅4:21). 이를 통해서 예수는, ①예수 자신이 자신의 일에 대한 가장 강력한 선포자이며, ②구약을 인용하면서 신약과의 연속성을 드러냈고, 그러나 ③선민 이스라엘에 초점을 맞추던 구약의 세계와는 다르게 전 인류를 향하는 신약의 새로운 세계를 열었으며, ④고난과 핍박, 질병과 무지로부터 고난당하는 자들을 해방시키는 것이 바로 예수의 사명이라고 선포했다.  
 
예수의 선포를 우리의 믿음, 기억, 상상, 꿈, 삶 속에 품고, 이 놀라운 예수의 세계가 어떻게 이 땅에서 이루어져 가는 가를 지켜볼 뿐만 아니라, 그 세계에 참여하면서 세상 그 어떤 것에도 찾을 수 없는 예수의 ‘이미 선포된 위로와 해방’을 경험하면서, 고난받는 자들과 거룩한 연대를 이루어 갈 수 있기를 소망하고 기도드린다.

차재승 / 뉴브런스윅 신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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