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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역사 드라마와 대통령 선거

2020년 봄 코로나19로 모든 여행 계획이 취소되고 집콕이 시작되면서 우연히 보기 시작한 드라마가 ‘삼국지’였다. 끝나고 나니까 이젠 무슨 낙으로 살까 할 정도로 재미있었다. 중국에서 만들어져 KBS에서 더빙으로 방영됐던 95부작 드라마로 현재도 많이 인용되고 있는 고사성어의 역사적 배경이 담겨있어 더 흥미로웠다.  
 
삼국지가 끝난 후 드라마 ‘초한지’를 선택함으로써 중국 역사물을 이어서 보게 되었다. 초한지를 삼국지보다 먼저 봤어야 시대적 흐름을 따라잡기가 쉬웠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초한지 역시 촬영 규모, 스토리 전개 그리고 출연진의 연기력에 매료되어 컴퓨터 안으로 빨려 들어갈 지경이었다.  
 
이어서 입에 붙은 칭기즈칸 노래가 생각나 조그만 동네 골목대장 같은 친근함으로 드라마 ‘칭기즈칸’을 보게 되었다. 나의 얕은 상식과는 달리 그는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땅을 많이 넓힌 군주로, 몽골 제국 초대 대칸이 된 인물이었다. 다음 드라마 ‘와신상담’에서는 ‘장작에 누워 복수를 다짐하고 곰의 쓸개를 핥으며 노력해서 고난을 이겨낸’ 월왕 구천의 서슬 퍼런 인내가 참으로 오싹했다. 하루에 한 회 이상은 안 본다는 규칙을 잘 지키며 코로나 기간을 나름 헛되지 않게 보낸다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문득 내 나라 역사물도 좋은 것이 많을 텐데 싶어 검색을 하게 되었고, 그렇게 찾아낸 드라마가 백제의 영웅 ‘근초고왕’이다. 근초고왕은 백제의 전성기를 이끈 정복 군주임에도 그의 재위 기간 동안의 기록이 없어 ‘일본서기’에 남아 있는 왜곡된 기록을 재구성하는 방법으로 그의 업적을 가늠할 수 있었다니 참으로 씁쓸했다.  
 
내 나라 역사를 아는 뿌듯함을 이어가고 싶어 ‘광개토태왕’을 보았고 그다음 선택한 드라마가 ‘태조 왕건’이다. 지금까지 본 것 중 다음 호를 가장 기다리게 만드는 흥미진진한 스토리, 특징이라면 극 중 인물이나 장면 중 역사적 기록에 의한 내용인지 혹은 픽션이 가미되었는지 내레이션을 통해 적절히 언급해 준다는 점이다.  
 
총 200부작으로 이제 중반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 스토리 중심은 궁예이다. 그의 존재감이 얼마나 막강한지 드라마 이름이 ‘태조 왕건’이라는 사실을 망각할 지경이다. 궁예는 신라 경문왕 후궁의 아들로 태어나 정실부인들의 시샘과 권력다툼으로 죽임을 당할 위기에 처했을 때 한 화랑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지지만 그 과정에서 한쪽 눈을 잃게 된다.  
 
그 후 유리걸식하다가 승려가 되었고 수행자로 깨달음의 경지에 오르고, 미륵 신앙과 초강력 카리스마로 고려를 건국한다. 생불과 같은 인품에 임금으로서 갖춰야 할 냉철한 이성까지 갖춘 궁예의 탄탄대로 같던 왕좌가 아지태라는 망상가의 감언이설에 넘어가면서 급격하게 무너지기 시작한다.  
 
선정을 펼치고 모범을 보였기에 백성들이 미륵이라 칭송했던 것을 잊고, 자신이 참 미륵이라는 망상에 빠진 정신이상자이자 사람을 철퇴로 다스리는 살인마로 변해간다. 이 드라마는 사람이 권력 맛에 물이 잘못들면 어디까지 뻔뻔해지고 잔인해질 수 있는지 실감나게 그려놓았다.  
 
한국 대통령 선거와 맞물려서인지 드라마를 통한 교훈이 새롭다.  

오연희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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