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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영어] 허쉬 초콜릿

 밸런타인데이가 있는 2월이네요. 여러분은 초콜릿 브랜드 허쉬(Hershey)를 어떻게 발음하세요? 모음 뒤의 ‘r’을 혀를 뒤로 살짝 말며 발음하는지, 혹은 모음을 좀 늘이며 ‘r’은 생략하는지요. 모두 표준으로 받아들여지는데, 각각 미국식과 영국식이라고 하죠.
 
흔히 영국 영어는 car와 card에서처럼 모음 뒤에 나오는 ‘r’을 발음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어요. 하지만 이 말은 과장된 것입니다. 표준어가 된 런던 중심의 동남부가 그렇고,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도 마찬가지죠. 그러나 영국 내에서도 여러 지역이 아일랜드, 미국, 캐나다와 더불어 모음 다음의 ‘r’을 발음해요. 이 차이로 인해 지구상의 모든 영어는 ‘r-없는’ 영어와 ‘r-있는’ 영어로 나뉩니다. 섞어 쓰면 이상하니까 영어 배우는 사람은 한쪽을 택하게 되지요.
 
허쉬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소도시 이름이기도 합니다. 타운에 놀이공원, 호텔과 스파, 4D극장이 있는데, 곳곳에서 베개만 한 초콜릿을 팔고, 놀이기구 탈 때마다 갖가지 샘플을 줘서 관광객들의 혼을 쏙 빼놔요. 투어버스에선 가이드가 키세스(Kisses) 모양의 가로등을 밝힌 이 달콤한 고장의 유래를 들려줍니다.
 
이곳은 본래 낙농업을 하던 마을로, 타향에서 사탕가게를 하던 밀턴 허쉬(Milton Hershey)가 돌아와 1883년부터 고향의 품질 좋은 우유로 캐러멜을 만들다가 유럽식 초콜릿을 접목해 밀크초콜릿 왕국을 세웠답니다. 아내와 금슬이 좋았지만 자녀가 없었던 그는 고아들이 건실한 낙농 가정에서 돌봄을 받으며 공부할 학교를 세웠어요. 지금도 빈곤층 아동을 교육하고 그들로 하여 사업을 이어 가서 로알드 달의 소설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 영감을 주었지요.
 


기념관엔 타이태닉호의 티켓이 전시돼 있어 흥미롭습니다. 여행차 런던에 갔던 허쉬 부부가 승선할 예정이었지만 급한 일로 먼저 돌아와 침몰의 비극을 면했대요. 저는 그걸 보자 ‘r’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미국은 ‘r-있는’ 영어를 쓰던 이민자들이 많아 표준어가 ‘r-있는’ 영어이지만, 여기에도 ‘r-없는’ 영어가 있거든요. 영국 동남부와 학문적으로 교류했던 보스턴과 상업적으로 교류했던 뉴욕의 영어가 그렇죠. 또한 영국 대학에 자녀를 유학 보냈던 남부의 상류층과 그 영향을 받은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영어도 ‘r-없는’ 영어입니다.

채서영 / 서강대 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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