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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코로나 시대의 여행 풍경

 딸 덕분에 하와이 여행을 하게 되었다. 설레면서도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 전파력이 최고조에 이른 어수선한 세월에 하늘 위 갇힌 공간에서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나 고민이 되었다. 영화도 보고 책도 읽고 하다 보면 시간이야 쉽게 가겠지만, 속이 비면 멀미를 심하게 하는 편이라 먹는 건 어떻게 해결하나 대책을 세워야 할 것 같았다.  
 
비행기 탑승을 위한 검사대 통과를 시작으로 북적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시시각각 눈길을 끌었다. 마스크 안 한 사람은 드물지만 거리를 유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별수 없이 의자에 다닥다닥 붙어 앉아 있는 사람들, 자신의 일행 쪽으로 몸을 기울이는 것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보였다.  
 
이곳저곳 음식 먹는 사람들로 가득 찬 레스토랑, 코로나와 금 긋고 사는 별세상 같았다. 목숨 걸고 먹는다는 말이 생각나 먹는 행위가 비장하게 느껴졌다.  
 
나도 배가 슬며시 고파 와 비상용으로 넣어온 바나나를 꺼냈다. 비행기 안에서 먹는 것을 피하려면 어느 정도 배를 채워야 할 것 같았다. 의자에서 일어나 창밖 비행기를 바라보는 척하며 얼른 한 입 베어 물고 마스크를 내렸다. 평소 별로 즐기지 않는 바나나였지만 요기를 하고 나니 마음이 느긋해졌다.  
 
여유롭게 사람들을 둘러보는데 의자에 앉은 한 젊은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마스크 아래를 살짝 들어 입에 음식을 넣고 마스크를 내렸다. 마스크 속에서 우물거리는 입 모양이 느껴졌다. 한 번 더 그 일을 반복했다.  
 
그런데 영 시원찮다는 듯 마스크 반을 홱 걷어 올렸다. 그리고 자유롭게 음식을 입에 넣는데 내 속이 어찌나 시원하던지 푸웃 그만 웃음이 나와 버렸다.  
 
바나나와 멀미약을 먹었으니 비행시간 동안 내 속이 잘 버텨줄 것이다. 적당한 허기가 주는 맑은 정신으로 시를 읽는데 올인해 보는 것도 좋겠지, 자기 최면을 걸며 비행기에 올랐다. 시를 열심히 써야겠다는 새해 작심의 실천으로 챙겨온 시집들을 꺼냈다. 시를 잘 쓴다는 시인들의 시집에는 뭔가 있을 것 같은 기대만으로도 설렜다.  
 
다른 시선 다른 해석 다른 감각의 시인들, 다시 읽어 보고 싶어 밑줄을 긋고 귀퉁이를 접는 즐거움, 오랜만에 누리는 호사처럼 느껴졌다. 어쩜 이리 깊은 생각을 그려낼 수 있을까 감동하며 읽은 시집도 있지만 아무리 애써도 어느새 눈이 감기는 시집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멋진 표현보다 진실된 표현이, 남의 사연보다는 작가 자신을 열어 보여 주는 시가 울림이 더 컸다.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시 한 편 짓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다시 깨닫고 보니 눈이 감기는 시집에도 애정이 갔다. 좋은 시를 쓰고 싶다는 갈망이 새롭게 솟은 것만으로도 시집을 챙겨온 보람이 있었다.
 
하지만 시 읽는 즐거움과는 상관없이 배꼽시계는 수시로 때를 알려왔다. 이렇게 조심스러운 세월에도 비행기 안에서는 마실 것과 간단한 스낵을 제공했고, 무심하자 할수록 음식 먹느라 부시럭대는 소리는 내 귀를 자극했다. 먹으며 대화를 나누는 기초적인 인간 욕구에 제동을 건 고약한 코로나, 긴 터널의 끝처럼 하와이의 날씨는 화창했고 풍광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오연희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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