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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고기 메뉴 없는 햄버거 가게

 햄버거 식당인데 메뉴 어디에도 쇠고기가 없다면 당신의 반응은 어떨까. 호주 버거 체인 ‘그릴드’의 시드니와 멜버른에 위치한 두 특화매장을 방문하면 맞닥뜨리게 될 상황이다.
 
 2004년에 문을 연 ‘그릴드’는 호주 전역에 140여개 햄버거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 기업은 지난주 이 두 도시의 가장 트렌디한 지역에 자리잡은 일부 매장을 쇠고기와 닭고기 등 기존 육류 대신 비 동물성 재료들로 만든 대체육만 사용하는 완전 채식매장으로 바꿨다.  
 
그 외 매장에서도 ‘고기 없는 월요일’(Meat-Free Mondays)을 운영 중이다. 이날에는 대체육 메뉴만 판매한다. 고객들에게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고기를 먹지 않는 캠페인에 동참케하자는 전략이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이런 결정을 내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이 회사의 공동창업자 사이먼 크로우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움직임은 일시적 유행이 아닌 영구적인 트렌드”라며 “그릴드의 식물 기반 버거 판매가 과거 5%에서 현재 15%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가져다준 일상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은 전 세계인들의 소비 습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체 단백질 혁신을 주창하며 2016년 워싱턴에 설립된 비영리 단체 굿 푸드 인스티튜트는 1989년부터 2019년까지 세계 육류 생산량이 3억3700만t으로 두 배 증가했고 “축산업의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자동차·기차·선박·비행기 등 전체 운송업의 배출량을 초과한다”고 밝히고 있다.  
 
인류가 지금과 같은 육류 섭취 습관을 지속한다면 아무리 다른 노력을 해도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없을 것이라는 경고다.
 
습관, 특히 식습관은 바꾸기 어렵다. 얼마 전 지인들과 서울에 문을 연 유명 해외 셰프의 햄버거 식당을 방문했다.  
 
동행한 20대가 앉자마자 ‘베지버거’를 먹겠다고 밝혔다. 오랜 시간 줄서가며 겨우 확보한 테이블이고, 말 그대로 햄버거는 ‘고기 맛’인데 왜 대체육을 선택했을까 의아했다.  
 
그래서 먹어본 소감을 물었다. 그녀는 “식감은 고기와 다름없고 고기 특유의 냄새가 없어서 오히려 좋았다”며 “식물로 만든 패티를 사용한 다양한 메뉴가 있다면 계속 그렇게 먹겠다”고 했다.  
 
그녀의 열린 자세와 나름의 ‘용기’가 신선했다.  
 
음식에 대한 고정관념과 습관을 바꿔서 나부터 탄소배출과 환경오염을 조금씩 줄여나갈 수 있다면 한번쯤 용기를 내야 하는 것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나도 다음엔 베지버거다.

안착히 / 한국 중앙일보 글로벌협력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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