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투 펫팸]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통증
가끔 메디컬 다큐멘터리를 보면 통증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흔히 예상할 수 있는 암 말기 환자의 엄청난 고통뿐 아니라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상당수다. 이는 외상이나 수술 이후 신경이 비정상적으로 반응하여 피부에 닿기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그래도 사람은 통증을 말로 표현하고 통증이 나타나자마자 가족과 의료진의 도움으로 통증을 완화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야생에서 아프고 약하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야성으로 지니고 있어서인지 반려동물은 가능한 자신의 통증을 숨기려 한다.반려동물은 아주 아프면 밥을 멀리하고 움직이질 않으며, 통증 부위를 만지면 물기까지 한다. 하지만 초기 단계부터 알아채기 쉽지는 않다. 또한 그들의 통증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더더욱 알아내기 어렵다. 어디가 정확히 아픈지, 언제부터 아팠는지, 얼마나 심하게 아픈지에 대해 그들은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동물병원협회(AAHA)에서는 보호자가 반려동물의 행동 변화로부터 통증을 알아챌 수 있게끔 PDF 파일로 정리해서 보급하고 있으니 포탈에서 찾아 집에 한부를 보관하는 것을 권한다. “How to tell if your dog is in pain”과 “AAHA” 키워드를 치면 쉽게 자료를 얻을 수 있다.
여기 나온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목소리와 일상행동의 변화, 또한 활동성·표정·자기방어·자해·공격성·자세 등을 통해 반려동물이 통증 상태임을 알 수 있다. 어느 부위에서 발생한 통증이냐에 따라 나타나는 행동 변화 또한 다르다. 한 예로 급성 췌장염이 발병한 강아지의 경우 심한 복통으로 인해 기도하는 자세를 자주 보인다. 앞다리와 가슴은 바닥에 대고 뒷다리는 선채 배를 바닥에서 떼는 자세이다. 어느 특정 부위를 계속 핥고 문다고 해서 가려움증 때문이라고 단언해서는 안 된다. 가려움증이 아니더라도 다리나 발의 염증과 통증이 심한 경우도 계속 핥고 물기 때문이다. 평소보다 가파른 호흡을 한다거나 입을 벌리고 하는 개구호흡 증상도 흔히 예상하는 심장과 폐 질환뿐 아니라 다른 부위의 통증으로 인해 나타날 수도 있다. 밖에서 화장실을 해결하는 반려견이 시도 때도 없이 밖에 나가려고 끙끙 된다거나모래 화장실을 잘 이용하던 고양이가 집안 여기저기에 흔적을 남기고 다닌다면 이들은 방광염 등 비뇨기계에 질환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반려견에게 갑자기 디스크 추간판질환(IVDD)이 발병했을 경우 보호자가 평소처럼 들어서 안으려 하면 그 즉시 통증을 느껴 주인을 물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반려동물의 통증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해결될 수 있다. 감염에서 오는 통증이라면 항생제나 항 곰팡이 제·항바이러스제·소염제의 도움으로 원인을 해결하면 나아질 수 있다. 골절이나 방광결석·자궁축농증 같은 특정 장기의 문제에서 오는 통증이라면 수술로서 통증 해결이 된다. 노령동물의 골관절염으로 인한 통증이라면 물리치료· 마사지·레이저치료·침 치료 등으로 통증을 완화할 수도 있다. 반려동물이 통증을 느끼는 부위에 부종과 열감이 있다면 임시방편으로 아이스팩을 이용할 수 있다.
사람도 초기에 오는 통증을 무시하다가 병을 크게 키우는 경우를 많이 본다. 반려동물도 마찬가지이다. 말로 표현도 못 하고 도리어 숨기려 하는 반려동물의 특성상 병이 많이 진전된 후 병원을 찾는 경우가 흔하다. 우리에겐 작은 행동 변화로 보일지라도 벌써 그들은 심각하게 앓고 있을 수도 있다. 그들이 일상을 벗어나는 행동을 하는지 오늘도 잘 살펴보자.
정소영 / 종교문화부 부장·한국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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