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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팬데믹이 바꿔 놓은 문화

 도시 속 바쁜 업무에 지쳐 숨이라도 돌릴 참으로 들렀던 카페에는 예의 쪽빛 바다를 시원스레 품은 해변 풍경을 담은 잡지들이 비치돼 있습니다. 차가운 커피 한 잔으로 일다경(一茶頃)의 청량감을, 잡지의 사진 속에 나의 모습을 투영하면서 고단한 일상을 견뎌봅니다.
 
 이런 사진은 대체 누가 어떻게 담아온 것일까요? 참 부러운 직업을 가진 분들입니다. 이처럼 풍광 좋은 해외의 관광지에 가서 멋진 사진을 찍어 다양한 매체에 제공하는 분들을 여행작가라 합니다. 햇수로 벌써 3년 차에 접어드는 팬데믹은 이분들의 업을 송두리째 흔들어 버렸습니다.
 
그렇지만 이분들의 삶은 팬데믹 이전에도 녹록하지 않았습니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종이로 발간되는 잡지와 신문들이 하나씩 폐간하며 여행작가에게 고료를 지급하는 고객이 줄어들기 시작했던 거죠.  또 이전에는 사진만, 글만 잘 써도 밥벌이가 되었다면, 성능 좋아진 동영상 촬영 장비들과 편집 기술의 발달로 보다 현장감 넘치는 정보를 알차게 제공해주는 여행 유튜버라는 직업이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 왔습니다.  
 
정말 곤란한 상황을 겪는 분들은 항공사·여행사·랜드사 등 여행 상품을 개발·판매하는 관광업계에 종사하시는 분들입니다. 대한민국 인구 중 3분의 2 가까운 수가 매년 해외 여행을 떠나는데 이 흐름이 단숨에 끊겼으니 그동안 업계에 몸담아 오신 분들의 기능도 일시에 정지해 버렸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팬데믹 이전부터 이미 업계의 구조 자체가 흔들리는 변동의 조짐들은 매우 가시적으로 나타났습니다. 고도화된 온라인 시스템을 바탕으로 가격 비교, 호텔·항공권 예약 대행 등 여행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라인 여행사(OTA)가 여행업계의 판도를 흔들고 있었죠.
 
영어를 편하게 쓸 수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자동번역 시스템에서 로컬 관광 제공정보 앱 등 첨단 서비스들이 제공되자 한국인 가이드의 깃발을 따르던 패키지여행의 추억은 ‘라떼는 말이야’ 느낌의 이야기가 되어가는 중입니다.
 
집합금지의 엄격한 규칙에 시름을 앓고 있는 곳 중 영화관에도 마음이 쓰입니다. 사람이 모이는 행위 자체가 제제 대상이 된 지라 보통 상가의 가장 넓은 자리를 차지하는 복합 영화관의 경영이 어렵다 합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극장 개봉을 기다리던 상영작들이 하나둘씩 OTT(over-the-top) 서비스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조심스레 용단을 내린 몇몇 작품들이 OTT로 큰 주목을 끌자, 이제는 아예 OTT 전용 콘텐트로 기획되는 작품들 숫자가 상당하다고 합니다.
 
좋은 콘텐트를 집안에서 볼 수 있게 되자 새로운 변화가 관찰됩니다. 고생스러운 주차, ‘영화관이니까’ 먹는 고가의 간식, 옆자리 사람들의 불편한 리액션, 잡담 같은 비매너에 지친 분들이 OTT에서의 영화 개봉을 환영합니다.  
 
자기 주도 시청이 가능한 플랫폼에 익숙해진 젊은층은 지루한 부분을 빨리 넘기거나, 빠른 배속으로 보지 못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토로하기도 합니다. 휴대폰을 손에 쥐고 번갈아 보지 못해서 영화관이 싫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OTT들은 시청자를 더 오래 붙잡아두기 위해 더 우수한 콘텐트를 만들어내면서 또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기회를 열어줍니다. 최근 제가 만난 공중파 방송사의 예능 PD분은 국내외 OTT들로부터 다양한 요청을 받고 있다 합니다.
 
이 현상 또한 길게 본다면 유튜브로 대변되는 온디맨드 플랫폼이 온에어 공중파를 위협하게 된 것에서 시작하니 한참 전부터입니다. 최근 자신의 채널을 통해 성장한 유튜버들이 규모 있는 콘텐트를 OTT로 선보이며 호평받아 그들이 만든 제작사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경우도 쉽게 관찰됩니다.
 
멋진 곳을 가고 싶은, 흥미로운 것을 보고 싶은 우리의 욕망을 채워주는 다양한 산업이 계속 변화하고 있습니다. 난세에 영웅이 나오듯 그 변화의 어지러움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나가는 이들도 있습니다. 세심히 관찰해보면 그 변화의 출발점인 역학의 균열 조짐은 지금보다 훨씬 전부터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그 균열을 애써 모른 체하고 싶었을지라도 말입니다.

송길영 / 빅데이터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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