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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온전한 역사

 독일 고슬라르(Goslar) 지역에는 ‘천 년의 채굴’ 역사를 간직한 람멜스베르크(Rammelsberg) 광산이 있다. 로마 시대부터 광산으로 유명했던 곳이다. 은·구리·납·금 등이 났으며 문헌에서 확인되는 최초 채굴 기록은 96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광산은 1988년 천 년의 역사에 마침표를 찍고 폐광된 후 박물관으로 개조됐다. 1992년엔 유네스코(UNESCO)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오랜 역사만이 이곳을 특별하게 만든 것은 아니다. 독일은 2차 세계대전 당시 폴란드·우크라이나인 등을 이곳에 강제동원했다. 천 년 중 극히 일부였지만, 전쟁의 광기와 폭력이 광산을 지배했던 셈이다. 독일은 이 역사를 거부하거나 부정하지 않는다. 광산을 세계유산으로 올릴 때, 전체의 20%를 강제노동 역사를 설명하는 시설로 꾸몄다. 방문객은 강제노동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생생히 담긴 인터뷰 영상을 시청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1일 사도(佐渡) 광산(사진)을 세계유산으로 올려달라며 유네스코 사무국에 추천서를 냈다. 사도 광산은 일제강점기 조선인 다수가 강제 동원된 역사의 현장이다. 일본판 람멜스베르크 광산인 셈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대상 기간을 에도 시대(1603∼1867년)로 한정해 일제강점기 역사를 쏙 빼고 사도 광산을 ‘자랑의 역사’로만 세계유산에 올리려고 한다.
 
가위질로 역사의 일부를 오려낼 수 있다는 일본의 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일본은 2015년 7월 군함도(端島) 등 강제징용 시설을 세계유산으로 올리면서 피해자를 기억하는 전시시설을 마련하겠다고 국제 사회에 약속했었다. 하지만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현장조사 후인 지난해 7월 ‘온전한 역사를 보여주는 내용이 없다. 희생자를 적절히 기리기 위한 전시물은 없다’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온전한 역사(full history)’는 유네스코의 세계유산 등재 원칙이다. 밝은 면만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어두운 면도 숨기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명백한 증거와 증인이 있는 폭력과 가해의 역사는 더더욱 지워선 안 된다. 부끄러운 역사는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반성해야 한다. 그것이 온전한 역사에 가까워지는 길이다. 독일은 그리로 갔다. 일본은 반대로 가고 있다.

장주영 / 한국 사회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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