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홍기의 시카고 에세이] 크레이지 호스 추장 - 1
커스터 공원은 마치 한국의 설악산과 오대산을 한 자리에 불러 모아 놓은 형상에 그 밑에 동물 생태계까지 관찰 할 수 있는 드넓은 사파리(Safari)까지 있어 옐로스톤보다는 다시 한번 더 가보고 싶은 아름다운 공원이었고, 크레이지 호스 추장 조각상은 그 앞에 섰을 때, 아니 먼발치에서 구경할 수밖에 없었지만, 한마디로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 기가 찰 수밖에 없었다.
세상에 이러한 인간의 집념도 있구나 하는 감탄과 함께 러시모어 산의 4명의 대통령 바위 얼굴은 마치 이 크레이지 호스 추장의 얼굴을 조각하기 위해 습작을 한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아니 실제로 같은 조각가가 대통령 바위 얼굴이 끝나고 곧 이어서 이 “미친 말” 추장 얼굴에 죽을 때까지 계속 매달려 있었으니 그 집념도 대단하지만, 그렇다고 그게 그렇게 끝난 것이 아니었으며 그 아내와 10명의 자녀들이 그의 유지를 받들어 이 작업을 앞으로도 100년은 더해야 한다니 기가 찰 일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도 그런 것이 지난 70여년 간 작업을 해왔는데 이제 겨우 추장의 얼굴 윤곽만 나왔을 뿐 몸 전체와 타고 있는 말의 형상까지 조각한다면 100년은 커녕 자손 몇 대를 거쳐야 끝날 일일 것만 같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크레이지 호스 추장은 누구이며, 몇 백년에 걸쳐 이 무지막지한 조각상을 만드는 사람은 누구인가? 추장의 얼굴이 네 분의 대통령 얼굴을 합친 것보다는 더 커 보이는데, 하필 그가 한바탕 싸운 바 있는 유명한 인디안 사냥꾼인 커스터 장군(Lt. Colonel George Armstrong Custer)을 기리는 국립공원과 미국의 초대 워싱톤 대통령을 비롯해 유명한 대통령들을 모신 신성한 가까운 곳에 큰 붉은 암산(岩山) 하나를 완전히 털어 내어 또 하나의 세계 불가사의에 해당할 추장의 용맹스런 모습을 재현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미국은 땅도 넓지만 하여튼 별 희한한 일도 많아 심심치는 않은 편이다.(계속)
한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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