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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앤 테크놀로지] 디지털 이미지 파일의 변천: 30년의 발자취

한 해를 시작하면서 2021년 기고한 칼럼 중에 어떤 것이 제일 좋았는지 무엇을 더 읽고 싶은지 독자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많은 이들이 11월에 출간된 비플의대체 불가한 토큰으로 판매되는 휴먼원 작품에 대한 칼럼을 제일 흥미롭다고 평하였다. 그중에 몇몇 독자는 사실 아직도 대체불가한 토큰이 무엇인지 이해가 잘 안 되고 판매가 성사되었을 때 집에 가져갈 수 있는 물건이 없다는 사실에 당혹감이 든다고 하였다. 어느 독자는 파일 양식인 JPEG 파일을 가져간다는 것 그 부분이 이해가 안 되어 칼럼을 읽고 또 읽었다고 하였다.  
 
그런 분들께는 디지털카메라를 처음 구매하여 사용한 것이 언제인지 기억하는지 물어보고 싶다. 필자는 박사학위 논문을 쓰던 1999년 정도부터 디지털카메라를 접하였지만 연구용으로는 여전히 코닥 슬라이드 필름을 넣어서 사진을 찍었고 맨해튼 23가 즈음에 많이 있던 필름 현상소에 필름을 맡기고 완성된 35mm 슬라이드를 차곡차곡 바인더에 정리해두었다. 90년대 후반 강의를 처음 시작할 때는 둥그런 코닥 환등기의 트레이에 순서대로 슬라이드를 거꾸로 정리하여 넣었다. 간혹 좌우가 바뀌거나 상하가 뒤집어진 이미지가 스크린에 나오기도 했다. 그럼 빨리 환등기로 가서 잘못 넣은 슬라이드를 빼서 고쳐놓곤 하였다.  
 
2003년 정도 박사학위를 마치고 강의를 본격적으로 하던 시기부터 슬라이드 환등기는 빠르게 자취를 감추었다. 각종 미술관에 소장된 미술 작품의 디지털 이미지 파일이 아트스토어(Artstor)라는 비영리 단체를 통해 분류, 정리된 것도 1990년대 후반이었다. 필자의 기억으로는 1999년 정도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이 더는 필름을 이용한 아카이브용 유물 사진을 찍지 않고 디지털 사진으로 옮겨간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필름으로 찍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느꼈던 기억이 아직도 새롭다.    
 
이미지 자체가 디지털 파일 형태로 존재하고 저장되는 것은 1992년 Joint Photographic Expert Group (JPEG 파일 이름이 여기서 나왔다) 이라는 이름의 전문가들이 이미지 파일을 압축파일 형태로 만드는 기술의 원리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것의 원천 기술은 1972년 나시르아메드 라는 인도계 과학자가 만든 파일 압축기술에서 유래하였다. 지금 우리가 소셜미디어로 비디오, 사진, 음악 등을 공유하고 보내고 하는 라이프 스타일의 핵심이 아메드의 기술에서 나온 것이다. 이것 말고 TIFF, PNG 등의 다른 이미지 저장 파일 양식도 80년대 개발되어 1993년 정도 상용화되었다.  
 


이러한 디지털 이미지 테크놀로지의 발전과 함께 현대미술작가들은 어도비포토샵(Adobe Photoshop)과 같은 이미지 편집 소프트웨어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게 된다. 1988년 상용화된 이 기술은 토마스 놀과 존 놀(Thomas and John Knoll) 형제가 개발한 것이다. 어도비 시스템 회사에 유통을 맡겼고 1995년 기술에 관한 모든 권한을 어도비 회사에 넘겼다. 1982년 북부 캘리포니아 로스 알토스의어도비크릭(Adobe Creek)이라는 강가에 있는 자기 집 주소를 이용하여 회사 이름을 정한 존 와녹(John Warnock)은 동료 찰스 게쉬케(Charles Geschke)와 함께 1989년부터 애플 매킨토시 컴퓨터에 적용되는 그래픽 이미지 편집 소프트웨어를 대대적으로 전파한다. 독자 중에 90년대 내내 어도비 이미지 편집 기술을 배웠거나 사용한 사람들은 기억할 것이다. 영화, 광고, 애니메이션, 그래픽 디자인 등 90년대 이런 기술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업계 전문가들이었다. 현대미술 작가 중에 테크놀로지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환영한 이들은 따로 배우러 다니거나 전문가를 고용하거나 했다.  
 
30년이 흐른 2020년대 이런 기술은 사실상 소비자 테크놀로지에 긴밀하게 적용되어 굳이 전문 훈련을 받지 않아도 비디오 편집, 이미지 편집 등을 본인의 휴대폰으로 순식간에 완료한다. 여러분이 짐작하듯이 1995년 이후 출생한 이들에게 필름이 든 카메라와 다이얼을 돌리는 로터리 전화기 등은 영화나 사진에서 보는 역사적 유물이 되었다. 또한 90년대 이후 출생한 미술 작가들은 손으로 드로잉을 하는 것만큼 어도비포토샵이나어도비 일러스트레이터로 이미지 스케치와 수정을 하는 것이 손쉽고 익숙하여 아예 디지털 파일 형태의 이미지만 있을 뿐이다. 프린터를 통해서 출력하면 종이나 캔버스, 아니면 직물 등의 매체에 인쇄되지만 ‘출력’을 하지 않으면 컴퓨터 하드웨어에 파일 이름으로 존재하는 무형의 창작물이다.  
 
전통적인 미술 시장에서는 이렇게 종이나 사진 용지, 캔버스, 직물, 나무판 등에 출력된 ‘오브젝트’(사물)를 거래하였으나 이제 ‘대체 불가한 토큰’이라는 고유번호 같은 기술이 도입되면서 세상에 유일무이한, 단 하나뿐인 이미지 파일을 소유하게 된 것이다. 30년 전에 디지털 사진기와 이미지 파일의 압축 기술이 나오면서 사물이 없는 파일 자체를 사고파는 미술 거래의 가능성은 이미 시작된 것이다. 아직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 같은 작가의 작품은 아이패드에 손가락으로 그린 드로잉을 프린트 같은 개념으로 아카이브용 종이에 출력하여 ‘그림’처럼 판다. 하지만 원래 이미지 파일로 존재하는 이 작품을 대체 불가한 토큰을 붙여서 세상에 단 하나의 고유한 파일을 소유할 수도 있다. 그럼 집안 곳곳 원하는 곳에 고화질 스크린을 설치하고 자신이 소유한 이미지 파일을 틀어놓을 수 있다. 아니면 태블릿 컴퓨터나 휴대폰으로도 볼 수 있다.

변경희 / 뉴욕주립대 교수·미술사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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