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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골프별곡

잔디 언덕의 티 박스에 올라서서
 
나는 그대를 하늘로 쏘아 올렸다.
 
경쾌한 소리를 울리며
 
날아가는 그대가 그리는 포물선은  
 


어젯밤에 찾아 왔던 환희의 꿈처럼
 
패어웨이 초원을  보드랍게 날아갔다.
 
 
 
나의 머리 저 위에서는  
 
창공은 용해되어 떠나갔으며
 
그 아래 호수는 소리 없이 기지개를 켜며
 
어두운 구름의 그림자를 지우고
 
하늘의 진주들을 반짝거리게 하였다.
 
나의 주위에서 술렁이는 소리가 나고
 
나무들은 몸통을  흔들며,
 
기다리는 나를 쳐다보았다.
 
 
 
발 뒤꿈치를 높게 들고, 나는서 있었다.
 
나의 옆에는 소나무들이
 
저 아래에는 잔 나뭇가지들이 언덕을 이루고 있었다.
 
검푸른 녹음 속에서 산새들의 윤무가 파닥거리고,
 
하얀 나비들이 보드라운 날갯짓으로
 
올라오는 것이 보였으며,
 
꽃들은 선잠에서 깨인 듯이 꽃잎을 열지 않고  
 
주춤거리고 있었다.
 
 
 
기쁨과 괴로움, 그리고
 
즐거웠던 과거의 쾌감으로 가득한  
 
어떤 마음이 나를  
 
초원 가운데 그린의 홀컵으로  
 
몰아가는 듯한 기분이었다.
 
 
 
홀컵으로 넘어가는 잔잔한 넓은 호수에는
 
기러기 가족들이 끼룩끼룩 노래를 부르며
 
줄지어 평화로운 유영을 하고 있었고
 
그  고요한 호숫가에 그대가 낙하하자
 
파문을 일으키는 경고의 속삭임이나 절망의 인사처럼
 
발밑에서나뭇가지들은 쉭쉭 거렸고
 
데모대의 구호와 같이
 
일제히 솟아오르는
 
기러기들의  비상의 소리가 일어났다.
 
 
 
무엇인가 청산을 해야 하며
 
헛된 욕심이 주저하며 서 있는 것 같고
 
자랑과 오만이 지나고
 
외로운 마음이 어지러이 남아 있었다.  
 
 
 
12. 1. 2021 메릴랜드주 오션시티 골프 여행에서

고용하 / 시인 뉴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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