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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평균수명 짧아진 첫해

근대 이전의 평균수명은 읽기가 까다롭다. 조선 말엽의 평균수명이 34세였다는 정보를 접하면, 그때는 서른 남짓한 나이에 다들 요절했을 것이라 오해하는 식이다. 그런데 그보다 몇천 년 전의 사람인 공자도 73살을 살다 떠났고, 제자인 자공도 64살까지 천수를 누리고 떠났다. 공자가 유학 대신 오래 사는 비법을 가르친 게 아니라면, 사람들의 평균수명에 대한 인식이 꽤 잘못됐다는 뜻이다.
 
한국인의 평균수명을 처음으로 연구하여 자료로 남긴 곳은 경성제국대학이다. 일본인 의대 교수가 1926년부터 1930년 사이의 한국인 수명자료를 분석해보니, 그 시기 한국인 평균수명이 34세로 나왔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지난해 90세로 작고한 전두환 전 대통령이 1931년생이다. 그가 유독 장수한 것이라도 당시 평균수명과의 괴리가 큰데, 여기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즈음엔 태어나는 아이 100명 중 24명이 해를 못 넘기고 죽었기 때문이다. 태어나 0살을 살고 떠나는 아이들이 많으니, 성년까지 생존한 이가 얼마나 오래 사는 가와 별개로 ‘평균’ 수명의 절대치는 낮아질 수밖에 없던 것이다.
 
한국에도 뒤늦게 근대가 도래하며, 영아 사망과 아동 사망은 빠르게 개선됐다. 아동의 생명을 앗아가는 주요 질병이 백신 접종 덕에 대폭 감소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70년 이래 대한민국 평균수명은 단 한 차례도 줄어든 적이 없었고, 꾸준히 상승을 거듭하던 끝에 현재는 83.5세로 세계 2위 수준에 올라섰다.
 
이런 현상이 한국에만 국한된 것도 아니다. 옛소련 해체와 함께 국가 기능이 마비됐던 러시아 같은 아주 특수한 일부 예를 제외하면, 주요 선진국에서 평균수명이 감소하는 일은 여태껏 단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다. 선진국의 평균수명을 인류 발전 수준의 가늠자로 삼아도 될 정도다.
 
그런 찬란한 역사에 상처를 낸 첫해가 바로 재작년인 2020년, 코로나 대유행 원년이다. 대표적인 예가 영국인데, 영국도 1980년 집계 이래 단 한 차례도 평균수명 하락을 겪지 않았다.  
 
그런데 2021년 말에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영국의 평균수명은 80.4세로, 그 전년보다 한 살이나 감소했다. 같은 값을 찾으려면 2009년까지 돌아가야 하니, 코로나 한 번에 10년간 차근차근 누적된 수명 연장 효과가 감쪽같이 증발해 버린 것이다.
 
온라인상에서는 코로나19가 고작 1%만 죽는 ‘감기’란 말이 횡행하고 있지만, 그 1%가 영국에서만 17만 명의 사망을 야기해 평균수명마저 줄였다. 어떻게 봐도 무책임한 발언이다. 정부의 방역 혼선에 대한 분노는 알지만, 차분히 숫자를 읽어야만 상황이 보일 때가 있다. 코로나19는 결코 감기가 아니다. 

박한슬 / 약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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