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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삶] 어휘의 의미 확장

슬픈 시를 쓰려고 배고프다, 썼는데 배곺으다라 써졌다/ 곺 뒤에 커서를 놓고 백스페이스키를 누르자 정말 배가 고팠다// (…) 그래, 슬픔은 늘 고프지/ 어딘가가 고파지면 소리 내어 울자, 종이 위에 옮겼다// 세면대 위에 틀니를 내려놓듯 덜컥, 울음 한마디 내려놓고 왔습니다// 그뿐인가 했더니/ 옆구리 어디쯤에 쭈그리고 있던 마음, 굴절되어 있네요
 
-이선락 시인의 ‘반려울음’ 부분
 
 
 
반려(伴侶)의 사전적 의미는 ‘짝이 되는 동무’이다. 가장 가까이에서 동고동락하는 사이로 인생을 함께하는 배우자를 반려자라고 하듯이 마음을 나누고 의지하는 관계에서 쓰인다.  
 
요즈음 반려동물, 반려식물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반려동물은 사람이 정서적으로 의지하며 가까이 두고 기르는 동물인 개, 고양이, 새 따위를 일컫는다.  
 
애완동물이라는 말 대신 언젠가부터 반려동물이라는 말이 빈도 높게 쓰인다. 개나 고양이를 가족의 일환으로 보는 까닭이기도 하고 애완동물에서 ‘완’이 완구처럼 유희의 대상 같은 뉘앙스를 갖는다며 대체 용어로 쓰이기 시작했다.
 
반려식물은 집안에서 키우는 식물을 아우르는 말일 것이다. 지인 한 분은 다육식물인 다육이를 키우고 있다. 다육이는 건조한 기후에 적응하기 위해 잎이나 줄기 혹은 뿌리에 물을 저장하는 구조를 지니고 있는 선인장과의 식물이다. 실내에서 기르기가 비교적 용이하다.
 
팬데믹으로 집 안에서의 생활이 늘어나는 요즘 다육이를 키우는 일은 적적함을 달래주기도 하고 무료함을 해소할 수 있어 정서의 안정을 준다고 한다. 식물도 말을 알아듣는다고 믿는 그는 식물에게 음악을 들려주기도 하고 말을 걸기도 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많은 사람은 개나 고양이는 배반을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사람을 가까이 하다 보면 이런저런 연유로 상처를 받곤 하는데 개나 고양이는 주인에 대한 충성심으로 결코 주인을 섭섭하게 하지 않고 의리를 지킨다는 것이다.  
 
가까이에 두고 기르는 동물이나 식물에 반려라는 명사를 앞세워 우대하게 이른 것은 동·식물의 가치적 이해가 달라진 것도 있겠고 생명 있는 것들은 모두 동일하다는 인식변화의 결과인 듯하다.
 
 현대인들이 동물이나 식물을 키우는 행위 자체보다 더 크게 의미를 확장하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인간의 고독과 외로움을 상징적으로 보이는 것 아닌가 싶다. 사람 사이의 단절이 늘어나는 우환이 잦은 시대에 심리적으로 기대고 의지할 대상이 필요한 것이다.
 
시 ‘반려울음’은 올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작이다. 울음을 반려로 삼고 가겠다는 말인 듯하다. 이쯤 되면 시인이 지닌 내공이나 시적 중력이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 울음도 짝이 되고 동무가 될 수 있다면 내칠 이유가 없다. 인생을 울리는 울음이나 웃게 하는 웃음이나 동무로 삼고 보면 마음을 담아내는 감정의 다름일 뿐이다. 울음과 웃음이 불행이나 행복의 차원을 넘어선다. 시인의 정서적 담력이 남달라 보인다.
 
‘반려고통’ ‘반려상처’ 뭐 이런 말들도 나올법하다. 어떤 환경에서도 마음의 윤택을 누리며 살아가는 고수들이란 누구라도 친구로 삼을 수 있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울음을 꺼내 해학의 옷을 입힐 줄 아는 자들이다. 아무리 두려운 적수라도 친구가 되고 나면 내 편이 된다. 울음도 내 편이 되고 보면 예쁜 구석이 많이 보이고 한계상황을 뛰어넘을 수 있는 이정표의 역할을 해주지 않을까.

조성자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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