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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네트워크] 국민 할머니 ‘베티 화이트’

“왜들 그렇게 열심히 누군가를 미워하는 거죠? 자기 일에만 신경 써도 모자라는 게 시간 아닌가?” 지난해 마지막 날 급서한 베티 화이트가 미국 잡지 ‘퍼레이드’ 인터뷰에서 남긴 말이다. 100세를 단 18일 남기고 세상을 떠난 화이트는 코미디 전문 배우다. 미국판 ‘국민 할머니’이자 ‘방송계 퍼스트레이디’로 통했다. 별세 소식에 미국 퍼스트레이디 질 바이든이 “화이트를 사랑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애도했을 정도다.  
 
그런 그가 진정한 어른으로 통했던 이유는 나이 그 이상이다. 가르치려 하기보다 배우는 자세를 취했고, 여성과 흑인, 성소수자 등 각 시대의 마이너리티를 옹호하는 최전선에 섰기 때문이다. 위의 인터뷰 역시 그런 맥락이었다.
 
한국은 어떤가. 새해가 됐어도 바뀐 건 달력뿐이다. 춘삼월 대선을 앞두고 해묵은 증오가 더해만 간다. 뉴욕타임스(NYT)의 올해 첫 한국 기사로 안티 페미니즘을 부르짖는 남성의 정치 세력화를 다뤘다. ‘여성의 권리 신장이 더뎠던 이 나라의 젊은 남성들, 페미니스트들이 기회를 박탈한다며 화가 나 있다’는 요지의 부제가 달렸다. 페미니즘과 안티 페미니즘 양측 시각을 균형 있게 다룬 이 기사를 읽었다면 베티 화이트는 깊은 한숨을 쉬지 않았을까.
 
방탄소년단(BTS)도 추천한 책 중에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가 있다. 저자 레오 버스칼리아는 누군가를 미워하는 일이란 마음속 쓰레기를 끌어안고 놓지 못하는 상태 같다고 표현했다. 갖다 버릴 생각은 안 또는 못하고, 심해지는 악취에 불평만 늘어놓는 것과 같다는 얘기다.  
 


2022년 벽두에 생각한다. 한국 사회의 쓰레기는 어떻게 버려야 할까. 분리수거가 되기는 할까.
 
살며 사랑하며 배우는 데도 인생은 짧다. 누군가는 자기 인생에 다신 안 올 소중한 시간을 들여 “이런 글은 일기장에나 써라”는 악플을 달고, “너 같은 기레기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한다”는 e메일을 보낼지 모른다. 미움을 미움으로 갚을 시간에 이탈리아어 동사변화를 암기하고, 그랑주떼 발레 점프를 실수투성이라도 계속 뛰며 2022년을 보내고 싶다. 미워하는 일은 쉽지만, 동시에 괴로운 일이라는 걸 깨달을 때도 됐으니.
 
화이트나 버스칼리아가 멀게 느껴진다면, 서울 목동의 한 병원에서 응급실 청소를 27년 이상 해온 이순덕씨의 말을 음미해보자. “사는 게 너무 고달팠어요. 그래서 더 힘든 사람을 생각했어요.” 이슬아 작가의 신간  ‘새 마음으로’ 인터뷰집에 나오는 글이다. 같은 책에 있는 이영애 수선집 사장님의 말도 울림이 크다. “이제는 아무도 밉지가 않아. (…) 어느새 이해가 돼. 안 미워. (…) 그들도 그렇게 살고 싶었던 게 아닐 거야.” 2022년이 미움 아닌 사랑으로 가득 차기를.

전수진 / 한국 투데이·피플뉴스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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