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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세기의 예술품 도둑들

 최근에 인기를 끌었던 넷플릭스 시리즈 중 괴도 루팡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드라마 ‘루팡’과 클레오파트라가 소유했던 달걀 모양 오브제를 훔치는 내용의 영화인 ‘레드 노티스’에서는 미술품 도난 장면이 흥미진진하게 그려진다.  
 
대부분의 예술품 도둑들이 그러하듯 외모는 매력적이고 미술사를 꿰뚫는 지성을 소유하고 솜씨는 능수능란하다. 주인공 도둑들이 천문학적인 가치를 지닌 예술품을 훔칠 때면 시청자들은 그들의 도난이 성공하길 바라는 은밀한 공범이 된다.
 
‘레드 노티스’에서 주인공 놀란이 “나에겐 돈이 목적이 아니야! 세계 최고의 미술품 도둑이 되는 게 나의 목표라고!” 외치는 말을 무조건 믿고 싶어진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 미술품 도둑들은 전혀 낭만적이지 않다. 돈을 벌기 위해 혹은 마약과 같은 불법 거래의 담보로 이용하거나 혹은 마피아 집단들처럼 검은 손들이 정부와 협상을 벌일 목적으로 치밀한 계획에 따라 예술품 도난 작전을 벌인다.  
 
역사상 가장 큰 예술품 도난 사건으로 알려진 것은 1990년 보스턴 소재 사립 미술관인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미술관 도난사건이다. 경찰관으로 가장한 괴한 두 명이 미술관에 침입, 81분간 5억 달러 가치의 미술품 13점을 훔친 사건이다.  
 
베르메르와 렘브란트, 마네, 드가 등의 미술사에서 중요한 작품들이 도난 당한 이 사건은 아직도 미해결 상태에 빠져 있으며, 넷플릭스 다큐멘터리에서 자세히 다뤄지기도 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유명하고 가치를 따질 수 있다면 아마도 가장 비싼 것으로 평가되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역시 1911년 루브르 박물관에서 도난됐지만 2년 만에 다시 찾았다. 루브르처럼 철통 같은 경비에 많은 예산을 쏟아붓는 미술관들조차도 도난 사건을 피해갈 수 없으니 적은 예산으로 운영이 되는 미술관들은 늘 도난 위험에 노출돼 있다.
 
도난 당한 예술 작품들은 경제적인 가치를 떠나서 인류 문명과 문화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기에 인류에게는 매우 큰 물질적이고도 정신적인 손실을 가져다준다. 그래서 중요한 마스터피스(masterpiece)를 찾기 위해 FBI나 인터폴과 같은 국제적인 수사기관에는 예술품 도난 전담반이 있다.
 
필자가 런던 크리스티 경매 본사에서 인턴사원을 할 당시에 중요한 예술품의 경매 의뢰가 들어오면 가장 먼저 연락을 취하는 곳이 있었는데 바로 ‘ALR(아트 로스 레지스터·Art Loss Register)’라는 기관이었다. 경매에 출품하고자 하는 작품이 혹시나 ‘장물’이 아닐지 먼저 체크하는 것이다. 1990년대 런던에서 문을 연 이 회사는 30년에 거친 도난 미술품 데이터베이스(약 70만 점에 달한다!)와 도난 예술품의 회수 경험을 가지고 있으니 가히 독보적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은 연간 45만 점이 넘는 작품들의 도난 여부와 출처를 체크한다. 크리스티나 소더비 등 세계적인 경매 회사들과 보험 회사들, FBI 같은 수사 기관들이 이들의 고객들이다. 그리고 고가의 예술품들이 거래되는 테파프(TEFAF) 아트 페어나 아트 바젤도 페어에 출품되는 작품들의 심사를 의뢰한다.
 
개인들도 의뢰할 수 있는데 그 과정은 비교적 간단하다. 작품 이미지와 작품의 디테일, 소장 경로 등을 ALR 사이트에 등록하고 70달러 정도 수수료를 내면 된다. 그리고 소장 작품이 도난품인지 아닌지 알아보는 것 외에 이 작품들이 미래에 도난이 되었을 경우를 대비에서 ALR 데이터베이스에 포함하는 것을 의뢰할 수도 있다. 주요 작품을 많이 소장한 컬렉터라면 ‘긍정적인 등록(Positive Registration)’이라 불리는 서비스에 등록하여 미래의 도난에 미리 대처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한편 디지털 시대가 점점 발전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예술품 도둑들이 등장하였다. 지난 연말 뉴욕의 갤러리 오너인 토드 크레머는 200만 달러가 넘는 NFT(암호 화폐를 장착한 디지털 예술 작품)를 도둑맞았다가 세계 최대 NFT 거래소인 ‘오픈시(Opensea)’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이들을 되찾았다. 이후 디지털 세계에서의 디지털화된 예술품 도둑들을 잡는 것이 이슈가 되고 있다. 미술사가 존재하는 이상 미술품 도둑들의 역사도 계속될 듯하다.

최선희 / 초이앤초이 갤러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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