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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호랑이의 기개로 여는 새해

"화기애애하던 모임 후에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다
모임 참석자 중 한 명이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다
스무 명 가족은 감염 여부
검사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2022년 임인년(壬寅年), 검은 호랑이해다. 그의 강인하고 독립적인 도전정신과 지혜를 높게 생각한다. 검은 호랑이를 본 적이 없지만 대한민국의 대표적 동물로 여길 만큼 그의 용맹을 가히 짐작할 수 있다. 그 기개로 새해를 열어가길 기대한다.
 
백신에 이어 개발된 부스터샷 덕분에 그동안 밀렸던 출판기념회가 열리고 만남의 자리가 마련되어 삶의 활기가 되살아나는 듯했다. 우리 가족 역시 줌 영상으로 드리던 어른들의 추모 예배를 과감히 떨치고 대면 신년예배를 하기로 했다.  
 
오랜만에 잔치 음식 장만에 부엌이 떠들썩 분주했다. 이게 사람이 살아가는 즐거움이 아닐까. 프라이팬 위에 튀기는 기름 방울에 익어가는 전, 사골이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끓으며 풍기는 고소한 냄새, 또닥또닥 두드리는 도마질 칼 소리에 맞추어 나는 흥얼거리며 잔치를 준비했다.
 
스무 명이 넘는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예배로 마음가짐을 다지고 서로에게 덕담을 나누며 마음껏 기뻐했다. 올해는 특별히 어머니의 빈자리를 메꾸어준 반가운 손님이 왔다. 바로 조카손녀의 약혼자다. 갓 대학을 졸업한 젊은이의 눈망울이 어찌나 초롱초롱하던지. 마음껏 안아 주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다. 이제 연령상으로 내 윗분은 남편과 동서인 형님 두 분뿐이다. 나는 못내 아쉬워 빈자리를 자꾸 둘러보았다. 시간과 함께 사라진 분들의 흔적이 눈에 아른거리며 조카와 손주의 윗사람이라는 내 자리를 확인하며 행해야 할 임무에 대해 생각했다.  
 
화기애애하던 모임이 끝나고 이튿날 예상치 못한 메시지가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했다. 환영 받으며 주인공이 되었던 새 식구가 병원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출근을 위해 코로나 진단 검사를 받았는데 양성으로 판정되었다는 것이다. 오미크론의 급속한 확산에 긴장의 끈을 다시 조이고 스무 명의 가족은 감염 여부 검사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예약을 위해 이틀, 검사 당일에 한나절, 결과를 기다리는데 사흘에서 일주일을 꼬박 기다려야 했다. 직장과 학교도 가지 못하는 채. 우리 부부는 딸이 간신히 구해온 자가진단 키트로 집에서 검사를 받을 수 있어 다행스러웠다. 현재 상황에 성실하게 대응하기 위해 숨을 죽였다. 새해를 향한 날개를 펴지도 못한 채 움츠리는 모양새다.  
 
우리에게 친근하게 다가온 새해의 호랑이가 실망스러운 모습으로 다가오는 건 웬일일까. 요즈음 나 역시 늙어 이가 빠진 우스꽝스러운 호랑이의 모습이 되지 않았을까. 은퇴한 나는 이제 일할 의욕 없이 생산하지 못하는 소비형이 되었다. 약해진 시력 때문에 운전조차 못 한다. 건강을 잃고 면역력도 약해 우선 보호자 처지인 것을. 무엇 하나 내세울 만한 것이 없다. 허우대만 멀쩡하고 아무런 힘이 없는 종이호랑이(Paper Tiger)인 셈이다. 마치 여러 변이까지 동반한 코로나바이러스 앞에 기세 꺾인 우리네 같이 말이다.
 
늙어 이가 빠졌다 할지라도 호랑이는 그만의 위풍당당했던 자존심을 지니고 있지 않을까. 끝나지 않은 도전으로 꿋꿋한 절개를 지켜가길 기대한다. 그 기상으로 여러 형태로 변하여 다가오는 바이러스의 공격을 물리치리라 믿는다.
 
나이가 들었다는 것은 오랜 세월의 경험과 지식을 품은 지혜가 있다는 뜻이다. 되돌아보는 감사로 역경을 이겨낼 능력이 숨겨 있다. 낮은 마음 내면에서 비추는 빛이 어려움을 통과하게 할 것이다. 이가 빠진 호랑이일지라도 기개를 펴는 날은 오리라.  

이희숙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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