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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삶] 야생적 상상력

이제 어섯눈 뜨기 시작했어. 천일동안 미완성의 시를 썼지. 그러면 다음날 새로운 백지가 머리맡에 놓여 졌어. 미완성의 시를 쓰는 것. 그것이 지상에서 내가 사는 유일한 길이었어
 
- 이재훈 시인의 ‘시인 세헤라자데’ 부분
 
 
 
지난해 광주디자인비엔날레 국제콘퍼런스에서 코웨이 이해선 대표가 ‘야생적 상상력’에 대해 언급하는 영상을 보았다. 앞으로의 세상은 야생적 상상력이 더 많이 요구된다고 했다. 예술 분야에서 활용되던 문화적인 대유법이 경계 없이 비즈니스와 생활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고도 했다.  
 


기 소르망이 “한국인들은 야생적 사고(Bold thinking)가 뛰어나다”라고 한 말을 인용하면서 야생적 사고를 넘어서 야생적 상상력을 발휘해 세계를 감각해야 한다고 했다. 칼럼니스트이며 문명비평가인 기 소르망은 서구 지성 중 친한파로 불리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한국인들에게 우호적인 발언도 하지만 때로 쓴소리도 서슴지 않는다.
 
야생적 상상력이라는 말이 오래 마음을 맴돌았다. 경영일선에서도 상상력이 핵심키워드라는 것, 뭣보다도 야생이라는 말이 낯설지만 깊이 들어왔다.
 
야성적 사고라는 개념은 1962년 출간된 레비스트로스의 저서 ‘야생의 사고’에서 차용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당시 문명인을 자처하던 서구 사회의 우월감에 반한 철학적 기조다.
 
‘야생의 사고’는 주술적, 구체적, 신화적 사고를 통칭하며 원시사회보다 문명화된 서구사회가 우월하다고 보는 사고방식을 깨는 데 기여했다. 원시사회는 문명인의 이성, 합리성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 야생의 사고는 유연하고 즉흥적이되, 조화와 조정을 이루며 상황에 맞게 ‘변환’할 수 있게 한다는 게 레비스트로스의 논조였다. 유연성 면에서 문명적 사고보다 앞서 있다고 할 수 있다.
 
문명인의 사고는 범주화로 인해 추상적인 것에 반해 야생의 사고는 개별적인 사물에 대해서 더욱 구체적이고 객관적 태도를 취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사고방식이라고 했다.
 
이 시대 제1의 언어는 ‘디지털’이라고 한다. 디지털은 이미 우리 삶의 분기점을 넘어섰다는 말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것이다. 일상생활에서조차 디지털의 기능을 배제할 수 없게 되었다.
 
메타버스라는 말도 자주 듣는다.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 우주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를 합성한 신조어다. 아직 뚜렷한 개념은 확립되지 않았지만 이 개념은 점점 경제나 문화, 예술 전반에 통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메타버스라 일컫는 가상공간의 세계가 어떻게 펼쳐질지 아직은 누구도 잘 모른다고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현기증이 날 만큼 빠르게 변해간다. 앞으로는 더 가속화될 것이다. 이런 세상에 신화적인 상상력이 요구된다는 건 다소 낯설다.
 
야생적 상상력이란 언어 이전의 차원, 원시 부족사회의 신화적 발상체계이기도 하겠다. 그렇다면 인간의 존재성 자체가 위협당하는 것 같은 디지털시대에 요구되는 상상력의 세계란 어떤 의미일까. 과학이 끌고 가는 세상에서, 우주적이며 신화적 상상력의 수용을 통해 예술은 물론 경제와 문화 전반의 미래가 있다고 보는 한 경영인의 말이 시를 쓰는 내게도 오래 남는다.

조성자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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