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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또 다른 여행의 시작

-93세 아버지와 63세 아들이 함께 떠난 여행(끝)

이번 여행은 충주를 출발하여 덕유산 국립공원의 무주구천동, 해남, 목포, 군산, 전주, 남원… 제법 여러 도시를 짧은 시간에 두루두루 보며 다녔다. 여행의 즐거움은 언제나 상상과 현실에서 오는 물리적 차이나 일치감을 확인하는 가운데 함께 행복감을 느끼는 것도 있지만 93세 아버지와 63세의 아들이 자동차를 타고 둘만 하는 여행은 특별한 감동이 있다. 이렇다고 할만한 말이 꼭 없어도 눈길과 숨결 만을 통해서도 서로가 깊이 많은 것을 소통하고 공감하는 특별한 시간이다.  
 
몇 년 전 아버지와 둘만의 여행을 처음 시작했을 때 그전에는 못해 보았던 아버지의 손도 자연스레 잡고 어깨동무도 하고 부자간의 스킨십을 처음 시작했었다. 몇 해가 지나며 이젠 자연스러워 졌다. 지루한 운전을 하다 조수석에 조용히 앉아 계시는 아버지의 손을 슬며시 잡는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나는 무언의 표현을 전했다. 그럴 땐 내 손을 더 힘있게 꼭 잡으시며 “아들아, 나도 많이 사랑한다.” 그렇게 무언으로 화답하신다. 아버지의 손은 늘 따뜻했다.  
 
이번 여행은 어머니 소천 후 시작한 봄 가을 떠나는 부자만의 동행으로 네 번째 함께 떠난 여행이었다. 코로나로 세 번을 건너뛴 모처럼 떠난 2021년 가을 여행이었다. 매번 마다 달라지시는 아버지의 건강에 맞추어 떠나는 우리의 여행은 해가 더 해 질수록 기간은 짧아졌지만 그 의미는 더 커져가는 것 같다. 낮에는 여행을 하고 밤에는 그것을 정리하고 기록하여 아버지에게 글로 선물하는 여행이 몇 년째 지속되고 있다. 아버지는 내가 쓴 글들을 너무도 좋아하신다. 매순간이 너무도 귀해서 그 느낌을 서로 흘려버릴 수가 없다.  
 
대한민국 어디를 가나 고속도로 휴게소는 먹거리도 많고 쉬었다 가고 싶은 편리하고 깨끗한 잘 관리된 곳이다.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 하고 기다리는데 아버지께서 화장실에 혼자 다녀오시겠다고 그쪽을 가리키셨다. 아버지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아버지의 작고 낮아진 두 어깨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래도 잘 걸으시는 아버지가 너무도 자랑스럽고 감사한 마음에 눈가가 뜨거워졌다. 이 여행을 위해서 걷는 연습을 하셨다던 말씀이 얼마나 감사한지 많은 생각에 젖게 했다. 간혹 걷다가 쉬시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철렁해진다. 아들에게 건재함을 보이시기 위해 무리수를 두시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잘 살펴야 한다.  
 
여행이 끝날 시간이 다가올 때 쯤이면 우리는 다음 여행을 의논 한다. 그 시간부터 우리의 여행은 또 이어지고 아버지와 나는 새로운 숙제를 시작한다. 2019년 추석 달을 보며 남해와 동해의 여행이 끝나갈 즈음에 우리는 그때 남도 여행을 계획 했었다. 이젠 또 다른 여행에 대한 계획을 하며 각자의 방법으로 다음 여행을 마음속에 키우는 것이다. 새로운 장소가 정해지면 그때부터 아버지의 새로운 검색은 시작되고 다음 행선지에 대한 관심으로 자료 수집에 들어가신다. 다음 행선지는 울릉도로 정했다. 이번 여행을 통해서 아버지와 함께 갈수 있는 정도를 참고하고 결정을 내린 것이다. 2만톤급의 침실이 있는 전천후 울릉도 크루즈가 개통되었다고 한다. 내년 4월 벚꽃 피는 봄을 우리는 울릉도에서 맞이할 것이다. 그때엔 94세 아버지와 64세 아들이 함께 떠난 여행을 또 쓰게 될 것이다.

강영진 / 치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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