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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드라이브 마이 카’가 전하는 말

 크리스마스엔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를 봤다. 요즘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의 소설집 『여자없는 남자들』에 실린 단편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일본에선 올 여름 개봉했다가 내년 아카데미 영화제 국제영화상 예비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재상영이 시작됐다. 코로나19가 안정돼 어디를 가든 북적이는 연말의 도쿄, 영화관도 만석이었다. 179분짜리 영화를 보고 나오는데, 앞서 걷던 관객이 옆 친구에게 속삭인다. “근데 한국이 왜 저렇게 많이 나오냐? 좀 이상하더라.”
 
아직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에겐 스포일러일 수 있다. 주인공은 연극 배우이자 연출가인 가후쿠(니시지마 히데토시)다. 아내의 외도를 목격한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 아내가 돌연 세상을 떠났다. 분노와 상처를 끌어안고 사는 삶, 2년 후 가후쿠는 히로시마연극제에 안톤 체호프의 작품 ‘바냐 아저씨’의 연출자로 참가하게 되고, 그곳에서 운전사 미사키(미우라 토코)와 만난다.
 
과거에 붙잡힌 두 사람이 만나 서로를 변화시킨다는 기본 얼개는 소설과 같다. 하지만 영화에는 원작엔 없는 연극 ‘바냐 아저씨’의 연습 장면이 길게 등장한다. 이 연극엔 일본과 한국·대만·필리핀 등 여러 국적의 배우들이 참여해 각자의 언어로 연기를 한다. 히로시마에 터를 잡은 한국인 부부의 이야기도 비중있게 나온다. 심지어 영화의 마지막은 한국의 한 고속도로를 달리는 미사키의 모습이다. 영화를 본 일본인의 의문(불만?)은 여기서 나왔을 게다. 이건 일본 영환데, 왜 보기싫은 한국인들이 잔뜩 나오는 거야.
 
그 느낌이 뭔지는 알 것 같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과 일본 예술인들이 함께 무대에 서고, 영화를 찍고 교류하는 모습은 아주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양국 국민들이 서로를 점점 더 미워하고, 코로나19까지 닥치면서 예술 분야에서도 무언가를 함께 도모하는 게 불편해진 상황. 나 역시 영화를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한국어와 일본어로 동시에 진행되는 연극 같은 걸 다시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는 할까.
 
감독의 답은 아마도 희망적이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배우들이 만나 처음 하는 일은 각자의 언어로 대본을 되풀이해 읽고 또 읽으며 서로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다. 그렇게 상대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이해의 순간이 찾아오고, 그것은 우리를 변화시킨다. 단절된 개인들이 제 몫의 암울함 속에 허우적대는 듯한 이 계절, 더없는 위로를 건네는 영화를 만났다. 한·일 관계의 미래까지 생각이 뻗어나간 건 분명 직업병일테지만.

이영희 / 한국 중앙일보 도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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