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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세월에 따라 생각도 변해야

시간은 모든 것을 변화시킨다. 시간의 흐름에 거슬러 자신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세상에 없다. 우리의 몸이 우선 그러하다. 한동안 성장을 위해서 달려가던 육체는 이제 어느 시점을 지나면 성장을 멈추고 낡아지기 시작한다. 일반적으로 노화로 통칭하는 이 과정이 언제 정확히 시작되는지 그리고 도대체 왜 시작되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생각과 마음 정신 또한 예외가 아니다. 몸의 조건과 상태가 하락하기 시작하는 시점보다는 훨씬 늦은 때에 우리의 생각은 진화를 멈추고 망가지기 시작한다. 더 나아가 어쩌면 육체와는 달리 정신은 끝없이 전진하고 전진할 뿐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나이가 조금 먹은 그러니까 이제는 상당한 세월을 살아왔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가지는 일방적인 생각일 수 있다.  
 
정신도 퇴락한다. 한동안 굳건했던 저 푸르른 마음도 아주 천천히 밀도가 떨어지며 소멸을 향해 달려간다. 하강이건 상승이건 시간의 변화에 따라 우리의 생각 또한 변한다. 망아지처럼 아무 곳으로나 뛰어다니던 옛 시절의 마음과 생각에 그대로 변함없이 머무른다면 그 또한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나이에 따라 우리의 생각은 어떻게 변화하는가.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의 생각은 어떻게 달라지는가. 가장 흔히 듣는 대답 중 하나는 경험의 양이 늘어가면서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는 것이다. 더욱 포용하고 허용하는 정신이 된다.
 
아들과 가끔 말다툼을 한다. 특히 시간 약속을 했는데 지키지 않을 때 무척 화가 난다. 우두커니 옷을 입고 외출 준비를 마쳤는데 자동차를 가지고 나가 시간 내에 오지 않을 때 언성이 높아지고 잔소리 겸 화를 낸다. 늦은 이유를 설명하지만 화가 난 상태에서는 그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미안하다며 소리를 낮추라고 야단이다. 몇 번은 내가 참고 지나쳤다. 반복되는 행동으로 다른 사람과 약속 시각이 늦어졌다. 너무 속이 상해 화를 내고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다른 때 같으면 엄마가 어디에 있는지 찾으려고 백방으로 알아보고 전화도 하는데 오늘은 그런 기미가 없다.  
 


하루는 딸 집에서 자고 가게에 나갔다. 하루가 지났는데도 전화벨이 울리지 않는다. 가게에 찾아오지도 않는다. 괘씸했다. 그래서 이틀째는 혼자 사는 친구 집에서 신세를 졌다. 3일째가 되었는데 주말이다. 갈 데도 없고 화가 누그러지지도 않았지만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늦게 집에 들어갔다. 엄마가 들어와도 별 이상한 기류가 없다. 내 방에 들어와 생각했다. 다 큰 아들을 엄마 마음대로 말하고 명령하듯이 대하면 되겠는가. 아들에게 화내기 전에 내가 먼저 변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아침에 일어나 부엌으로 들어가는데 아들이 나에게 대화할 준비가 되었다고 한다. 그때 대화를 해서 이해하고 교감이 있어야지 무조건 엄마의 권위를 내세우면 되는 것이 아니었다.
 
하염없이 흐르는 세월 앞을 바라보며 멍청해진 나 자신이 어리석기 짝이 없다. 몸은 조금씩 무너지는 것 같은데 내 내면의 강고함은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지 젊은 시절의 부질 없는 욕망으로부터 나는 정말 자유로워지고 있는지 육체를 지배하는 그리고 육체적 삶을 지배하는 번잡한 의무로부터의 해방을 정말로 나는 이해하고 있는지 그것을 참된 삶으로 받아들이고 있는지 세월의 흐름에 따라 내 생각은 어떻게 변하고 있는 것인지 생각이 많아진다.

양주희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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