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 줄 수 있다는 게 행복"
탈북동포 돕는 일에 앞장
로베르토 홍 변호사
암투병에도 송년모임 마련
오렌지카운티에 사는 탈북동포 박명남씨 말이다. 박씨는 러시아를 떠돌다 남한을 거쳐 미국으로 왔다. 이민생활도 15년이 넘었다. 이제 나이 60을 바라보고 있다. 박씨 가족에게 로베르토 홍 변호사는 은인 같은 존재라고 한다.
박씨는 “탈북동포 대부분은 로베르토 홍 변호사와 김동진 목사 도움을 받았다. 망명 신청부터 체류신분 유지까지 두 분은 항상 나서줬다”고 전했다.
로베르토 홍 변호사는 직장상해 문제를 주로 다루는 노동법 변호사다. 실향민 출신 부모와 어릴 적 아르헨티나에 이민한 뒤 미국에서 변호사가 됐다. 홍 변호사는 2005년쯤 남가주에 정착하기 시작한 탈북동포 소식을 접했다. 탈북동포의 미국 망명신청이 거부되는 사례가 늘자 자원봉사자로 나섰다. 그때 같은 자원봉사자였던 김동진 목사를 만났다.
두 사람은 탈북동포 망명신청 서류작업부터 법정 앞 시위까지 주도했다. 그렇게 탈북동포들과 함께 재미탈북자지원회([email protected], 310-384-7413)를 결성했다.
이 단체는 탈북동포 망명 및 난민 신청 등 법률지원, 현지정착 생활지원, 영어 및 컴퓨터 교육, 구직활동 지원 등을 하고 있다. 단체 운영비 대부분은 홍 변호사 사비로 충당하고 있다.
지난 18일 LA한인타운 용궁식당에서는 ‘재미탈북자환영 송년의 밤’ 행사가 2년 만에 열렸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잊고 지나갈 만한데 홍 변호사가 극구 주관했다고 한다. 이날 홍 변호사는 식당경비, 각종 경품, 생활지원금까지 부담했다.
김동진 목사는 “저는 사실 몸으로 도와주기만 한다”며 “홍 변호사가 탈북동포의 어려운 사정을 알고부터 먼저 나섰다. 탈북동포 지원을 평생 사명으로 여기는 분”이라고 전했다.
모처럼 모인 탈북동포 20여 명은 안부를 전하고 송년모임을 즐겼다. 더러는 미국에서 집을 살 정도로 정착에 성공했다고 한다. 하지만 로베르토 홍 변호사가 대장암으로 수술을 받고 투병생활 중이라는 소식에 다들 할 말을 잃었다.
김동진 목사는 “홍 변호사는 갑자기 암이 발견돼 집중치료를 받는 등 제일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 변호사 업계도 코로나19 때문에 어려웠다. 그런 그가 우리가 모르는 사이 연말 모임 준비를 끝내고 초청장을 돌리니 그 마음이 참 감사하다”고 말했다.
박명남씨는 “우리가 해준 것도 없이 계속 받기만 했다. 모두가 홍 변호사가 빨리 건강을 되찾길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로베르토 홍 변호사는 본지 인터뷰에서 “탈북동포를 외국인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같은 핏줄, 한민족으로 대하고 응원해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탈북동포 송년모임은 홍 변호사에게 연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고 한다.
홍 변호사는 “지금도 주변에서 ‘탈북동포를 왜 도와주냐, 목적이 뭐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며 “탈북동포가 미국생활을 배우고 살아가는 일이 정말 어렵다. 톨스토이가 ‘남을 위해 사는 게 행복’이라고 말했듯이 인도주의는 우리 삶에 의미를 준다”고 강조했다.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도와주는 일은 그 자체로 행복을 줍니다. 한인사회가 탈북동포의 삶에 관심을 두고 심정적 지지라도 보여주면 좋겠어요. 한인사회 활동에 탈북동포를 초대하고 망명신청 허용 등 이민정책 관심도 힘이 됩니다.”
김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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