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바이 더 딥(buy-the-deep)'과 리스크 관리형 투자
새해 시장도 '대체로 양호' 전망 우세
미래 예측보다 꾸준한 투자 전략 필요
▶시장의 현 상황 = 현재 선 지점을 살펴볼 필요는 있다. 12월 들어 시장이 방황한 데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동의하는 우려가 몇 가지 있다.
우선 통화정책이다. 연방 준비제도이사회(FRB)가 내년도 통화정책 기조를 공시했다. 이로 인해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는 하나 점차 긴축을 향해 진도가 나가는 것에 대해 불안감이 있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여기에 오미크론이 가세했다.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공급망 문제가 있고, 정부의 대규모 지출계획이 의회서 막혀 있는 상황도 불확실성을 더하는 요인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경기부양책이 통화와 지출 양쪽에서 후퇴하는 모양새인 탓이다.
12월 시장 분위기는 그래서 ‘리스크-오프(risk-off)’ 가 우세했다. 상승장의 힘이 약해지는 현상이 분명하게 나타났다. 가치와 방어가 성장과 모멘텀의 자리를 대체했다. 상품시장도 약세를 지속했고 연방 국채는 안전투자처로 자리를 굳게 지켰다. 덕분에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은 최근까지도 1.4%선을 밑돌았다.
▶투자심리 위축 = 단기적으로 보면 최근 투자 심리는 2020년에 비해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글로벌 펀드 매니저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금 자산 비중이 전달 4.4%에서 5.1%로 늘었다. 주식형 자산 비중이 지난해 10월이후 최저점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전체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현금자산 비율은 여전히 역사적 평균치를 밑돌고 있다. 사실상 마이너스 실질 금리 환경인 데다 기업실적 호조, 경기회복세 지속 등 투자에 우호적인 환경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투자가 가장 몰린 분야는 하이테크 분야와 비트코인, ESG 등에 대해서는 ‘사자’ 쪽이고 국채, 중국, 신흥시장 등은 ‘팔자’ 쪽이다. 그런데 연말연시 투자환경은 전반적인 거래량 감소로 오히려 과민 반응할 수 있다. 특정 촉매나 거래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클 수 있는 환경이다. 그리고 지금은 그로 인한 조정이 있을 경우 여전히 ‘사자’ 기회로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바이 더 딥’ 현상 = 그야말로 지칠 줄 모르는 상승장이다. 이번 주 S&P 500은 다시 한번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 들어 68회째다. 12월 중 등락을 반복하던 증시가 마지막 주에 ‘랠리’를 이어가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우나 나스닥은 S&P 500의 최고치 경신에 아직 동참하지 않았지만 최고치에 매우 근접한 상태다.
시장이 이렇게 매번 소폭 조정이 있을 때마다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 온 것은 투자자들의 ‘바이 더 딥’ 성향 덕분으로 볼 수 있다.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사자’로 화답해 온 결과인 셈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런 현상이 유지될 수 있을 지 합리적인 투자자라면 의구심을 가질 법하다. S&P 이외 다른 시장이 이번 주를 어떻게 마감하는 지가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으로도 보인다. 오미크론 확산세 속에서도 추가 상승 모멘텀을 받을 수 있을 지 관심 있게 지켜볼 만한 상황이다.
▶리스크 관리형 자산운용 = 전망과 분석도 중요하다. 하지만 미래를 ‘예측’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목적에 맞는 꾸준한 투자전략을 갖는 것이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시장을 분석하고 전망을 반영할 수는 있지만 ‘맹목적’이 되어서는 어렵다. 시장은 늘 리스크를 안고 있다. 한 가지가 해소되었다 싶으면 또 다른 리스크 요인이 늘 등장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현 상황도 마찬가지다. 경기의 흐름과 시장의 반응을 분석하고 전망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불필요한 리스크는 피하고 손실은 최소화하면서 꾸준한 수익률을 목표로 하는 것이 단 번에 큰 수익률을 내려는 시도보다 성공확률이 높다. 장기적인 투자의 관점에서는 더욱 그렇다.
리스크 관리형 자산운용은 리스크 자체를 없애지는 못한다. 다만 리스크가 현실화됐을 때 하락장이 주는 충격의 80% 이상을 피하는 것에 주된 관심을 둔다. 반면 상승장의 열매 역시 80% 이상 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 같은 자산운용은 장기적으로 볼 때 시장 벤치마크의 성적을 상회할 수 있다.
아무도 미래를 정확히 내다볼 수는 없다. 그러나 투자목적과 그에 기반한 리스크 수용 정도, 리스크 수용 능력은 충분히 진단하고 가늠할 수 있다. 언제까지 ‘바이 더 딥’ 현상에 기댈 수 있을 지 알 수 없다. 요즘의 시장 상황은 효과적인 리스크 관리형 투자전략이 더욱 필요한 환경으로 읽힌다.
켄 최 아메리츠 에셋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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