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칼럼] 코로나로 바뀌는 ‘경제 생태계’
오미크론이라는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다시 들불처럼 퍼지고 있다. LA카운티만 해도 나흘 정도 3000명대의 확진자를 유지하더니 22일에는 전날보다 배로 뛴 6000명을 훌쩍 넘어섰다. 이런 추세라면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눈치를 보며 다시 움츠려야 한다는 말이다. 대면 경제활동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 것을 의미하고 이에 따라 소비와 생산활동도 계속 위축될 수밖에 없다.
사업의 효율성과 수익성을 고려했던 해외 소싱, 즉 외주 사업도 이제는 확실히 방향 전환을 서둘러야 할 것 같다. 세계 각국은 자국 중심의 생산력 강화에 적극 나설 전망이다. 공급처를 다변화하려는 노력도 곁들여질 것이다.
국내적으로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구인난, 공급난, 임금상승 현상이 이어질 것이다. 재택근무를 요구하는 직원은 더 늘어날 것이고 교외 단독주택을 주거지로 선호하는 직장인도 더 많아질 것 같다.
관광, 항공, 숙박업계의 회복세는 예상보다 더디지 싶다. 식당도 실내 영업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그렇다고 미래가 암울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사태 발생 초기와 달리 이제는 백신도 많이 보급됐고 마스크 쓰기,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방역 시스템에 익숙해져 있다는 사실은 경제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준다. 여기에 더해 치료제도 나오기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각국의 코로나19에 대한 대응 방향도 봉쇄를 강화하기보다는 코로나와 함께하며 일상을 회복하는 ‘위드 코로나’가 대세다.
만약 지금보다 더 강력하게 경제활동을 봉쇄한다면 그동안 참고 지내온 중소 상인을 중심으로 한 일반 대중의 반발이 오히려 코로나보다 더 큰 화를 불러올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따라서 앞으로 정부나 기업, 개인이 추구해야 할 방향은 더 확실해졌다고 할 수 있다. 백신 접종과 방역을 더 강화하면서 조심스럽게 일상을 찾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주어진 환경 속에서, 또 앞으로 코로나19가 더 이상 일상에 위협 요소가 되지 않을 때를 대비해야 하는 것이다.
지난 2년 동안 급속도로 성장한 배달업과 온라인 사업은 지금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그렇다고 너무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기보다는 짜임새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서비스 개선에 신경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점포 거래, 무인 점포, 무인 공장이 더 늘어날 것이며 로봇을 사람 대신 활용하려는 업체가 다양한 분야에서 확산할 것이다. 이와 함께 가상 세계에 대한 관심도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이다.
노동자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당분간 자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인난이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는다면 노동자들은 지금 이 순간을 권리 확대를 위한 기회로 삼을 것이다. 기업마다 노동조합을 설립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대신 해고는 눈에 띄게 줄 것이다. 협력업체에 대한 배려나 수익 나누기도 이전보다 더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
근무시간을 줄여 달라는 요구가 거세질 것이고 복지혜택을 더 늘려 달라는 요청도 많아질 것이다. 주 4일 근무제를 예전보다 더 심각하게 고려하는 기업 역시 늘 것 같다.
정부 차원에서는 기본소득제를 시범적으로라도 실시하려는 시도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많이 지쳤다. 하지만 올해도 모두 잘 버텼다. 터널은 어둡지만 반드시 끝이 있다. 조금만 더 가면 환하고 따스한 햇살이 기다린다. 지난 시간은 이제 묻어두자. 새해에는 희망의 끈을 단단히 붙잡고 앞만 보고 걷자. 고지를 바로 눈 앞에 둔 전투병처럼.
김병일 /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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