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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사회 특성 무시한 제약 많아 '관심 시들'

[기획] 대선 재외선거 마감 임박한 유권자 등록

보수 진영 벌써 세과시, 진보는 관망
공직선거법 의식, 후보 지지는 자제  
대면·언론홍보 금지 족쇄로 작용해 
 
한국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위한 재외선거 유권자 등록이 내년 1월 8일 마감한다.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 속에 애틀랜타 지역 유권자 등록률은 약 2.4%, 미국 전역은 3.1%에 그치고 있다. 한국 정당별 대통령 후보가 결정됐음에도 유권자 등록률은 저조한 상황이다. 한인사회 보수진영과 진보진영도 유권자 등록 캠페인을 시작했지만 온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보수진영 유권자 독려= 지난 11일 애틀랜타 한인회관에서는 '북미주자유연합대회 2차 대회'가 열렸다. 행사장에는 한인 인사가 약 200명 참석했다. 이날 주최 측은 국민의힘 재외동포위원회 위원장 김석기 의원과 태영호 의원과 함께 재외선거 유권자 등록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석기 의원과 태영호 의원은 “재외동포 권익 신장을 위한 가장 빠른 길은 선거 참여”라며 내년 1월 8일까지 유권자 등록을 꼭 해달라고 당부했다.
 
행사는 표면적으로 재외선거 참여독려 캠페인이었다. 하지만 국민의힘 재외동포위원회 방문에 맞춰 보수 진영이 발 빠르게 움직였다는 후문이다.  
 
◆진보진영은 관망 중= 보수진영과 달리 진보진영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모습이다. 더불어 민주당과 이재명 대통령 후보 측을 지원하는 해외단체가 결성됐지만 활동은 눈에 띄는 않는다 이재명 후보를 개인 차원에서 지지하는 소수 인사가 유권자 등록 캠페인을 주도하고 있다.  
 
◆투표소 3개 뿐= 제20대 한국 대통령 재외선거는 내년 2월 23~28일 애틀랜타 등 재외공관별 최대 3개 투표소에서 실시된다. 단 한국 국적자인 재외국민이 내년 1월 8일까지 유권자 등록(ova.nec.go.kr)을 해야만 투표가 가능하다. 하지만 13일 기준 미국 내 추정 재외유권자 총 85만1941명 중 2만6576명인 3.1%만 등록했다. 원인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한국 대선에 관심을 보인 이들 상당수는 ‘재외선거운동 제약’을 꼽았다. 현행 공직선거법이 재외선거 참정권은 보장했지만, 해외지역 선거운동을 위한 집회와 결사 등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약했다는 지적이다.  
 
◆선거운동은 온라인만 허용= 한국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내년 대선 공식 선거운동 기간은 2월 15일부터 3월 8일까지다. 선거운동 전까지는 단체 또는 단체장 명의로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할 수 없다.(공직선거법 218조) 해외도 마찬가지로 1월 8일까지 재외선거 유권자 등록 캠페인만 가능하다.  
 
특히 대면행사, 전단배포, 신문광고 등 선거운동을 위한 오프라인 행사는 모두 금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일 180일 전부터 해외에서 특정 정당이나 대선 후보를 지지 또는 비판하는 ‘종이 인쇄물’은 원천 금지(공직선거법 93조)한다고 강조했다. 종이 인쇄물은 전단, 홍보지, 신문광고 등이 포함된다.
 
다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사적인 모임’은 가능하다고 밝혔다. 지지자 모임이나 단체는 자발적 지원자끼리 내부적으로만 모여야 한다는 전제가 붙는다. 이 행사를 외부에 알리거나 홍보하면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사적인 대면모임 규제도 구체적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특정 정당의 명칭, 후보자의 성명이나 사진, 그 명칭과 성명을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을 표시한 현수막, 시설물, 인쇄물, 어깨띠, 표찰, 기타 표시물을 사용해 투표참여를 권유하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미국은 수정헌법 1조 표현의 자유에 근거 언론의 대선 후보 지지도 허용한다. 하지만 한국 공직선거법은 이를 금지한다. 이에 따라 선거일 전 90일부터 선거일까지 재외국민 유권자는 언론을 통한 지면광고, 한인 언론에 특정 후보자의 성명, 사진, 경력, 정견을 광고하는 행위를 하면 선거법 위반이다. 대선 후보자가 한인 방송·신문·잡지 기타의 광고에 출연도 할 수 없다.
 
재외선거운동 규제가 지나치다는 여론이 일자 재외국민이 ‘인터넷, 전화, 말’로 하는 선거운동은 허용됐다. 이때 주의할 점은 반드시 개인 명의로 해야 하고, ‘허위사실 유포나 욕설과 비방’은 피해야 한다. 김범진 재외선거관은 “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와 비방 등 명예훼손은 처벌 수위가 높다. 개인 명의로 선거법을 준수하며 인터넷 공간에서 선거운동을 자유롭게 해 달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재외선거 위축·족쇄= 재외국민 유권자와 한국 정치에 관심이 많은 한인 시민권자는 현행 선거법이 재외선거 참여도를 떨어트린다고 지적한다. 선거운동 제약이 많고 위반 시 ‘시민권자 한국 입국금지, 재외국민 여권 제한 및 반납’이라는 처벌 조항이 강조돼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
 
한 보수진영 지지자는 “선거법에 따른 선거운동 제약이 너무 심하다. 법 위반 시 시민권자는 한국을 못 들어가고 여권을 뺏을 수 있다고 하는데 적극적이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재외유권자도 폭넓은 선거운동을 할 수 있게 제약을 풀어야 한다. 아니면 한국 정부가 예산을 많이 써서 재외유권자 선거참여 홍보나 대선 후보자 광고를 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지지 모임을 이끄는 신모씨는 “시민권자의 경우 불이익당할 수 있는 선거운동은 절대 하지 말라고 강조한다”며 선거법 준수 어려움을 토로했다.  
 
해외민주통일연대 정성업 공동대표는 한국 공직선거법 전면적 개정을 촉구했다. 정 공동대표는 “재외유권자가 선거운동을 위해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면서 “지지 모임은 다른 이름으로 바꾸고, 선거운동도 쉬쉬하면서 하게 된다”고 부작용을 전했다.
 
그는 “재외동포에는 한국 국적자와 시민권자가 포함된다”고 전제한 뒤 “한인 시민권자도 모국인 한국 대선 등 정치에 관심이 많다. 한국 정부가 이들을 원천적으로 배척하지 말고 복수국적 연령을 65세 이하로 확대해 동포사회와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3일 LA보수 대통합 송년모임을 주최한 임태랑 전 LA평통 회장은 “선거법을 지켜야 하는 상황이라면 우선 재외선거 유권자 등록과 참여 운동이라도 나서야 한다. 유권자 등록은 내년 1월 8일까지로 한 달도 안 남았다. 재외유권자가 선거참여를 해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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