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테마가 있는 여행
-93세 아버지와 63세 아들이 함께 떠난 여행(8)
내일은 아버지가 살고 계시는 수원 유당 마을에 다시 입소하시는 날이다. 유당 마을 입소를 위해서는 오늘 코로나 검사를 받고 음성 판정을 지참하고 가셔야 했다. 지인의 도움으로 호텔에서 가까운 병원으로 가서 아버지는 코로나 검사를 받으셨다. 그 결과는 당일 오후에 문자로 보내 준다고 했다. 살고 계시는 시니어타운의 방역이 합리적으로 확실하게 잘 진행되는 것을 보며 많이 안심되었다.
검사를 마치고 그 유명하다는 전주 한옥마을에 도착했다. 관광객들이 많아 주차할 수 있는 곳까지는 한참 가야 했다. 어쩔 수 없이 입구에서 관리하시는 분께 양해를 구하고 잠깐 차를 세운 후 한옥마을 입구를 둘러보며 사진 몇장 찍는 것으로 대신했다. 내용은 유튜브 보면 더 잘 나와 있으니 그것으로 대신하자고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실제로 한옥마을을 둘러보는 것은 많이 걸어야 하니 쉬운 일은 아니었다. 지체 않고 남원으로 향했다.
전주에서 남원 가는 길은 춘향로(17번 국도)를 따라 남쪽으로 한 시간 남짓한 거리다. 이 길은 이 도령과 기생 춘향의 사랑 이야기가 시작되는 길이다. 남원은 춘향전을 통하여 어릴 때부터 잘 알고 있는 이미 친숙한 이름의 고장이다. 남원에 거의 도착했을 무렵 일명 춘향고개로 불리는 박석고개에는 그 옛날 한양으로 떠나는 이몽룡을 춘향이 경황 중에 버선발로 배웅 나와 생겼다는 춘향버선밭과 가슴 아린 이별을 나눈 춘향의 눈물이 모여서 눈물 방죽이 되었다고 했던 곳과 오리정 푯말이 돌에 쓰여 있었다. 서민들의 꿈과 정서를 보여 주는 조선 소설의 최대 걸작으로 사랑과 여인의 정조와 사회 계급 간의 대립과 투쟁으로 읽혔던 춘향전을 얘기하며 우리는 남원으로 들어섰다.
남원에 가면 추어탕을 꼭 먹어야 한다. 권유에 따라 유명 추어탕 집에 도착했다. 그 지역에서 잡은 미꾸라지와 현지 생산된 시래기로 만드는 것이 그 별미를 낸다고 한다. 광한루 주변 남원 요천 강변의 허름한 이 식당엔 노인 부부가 식당을 운영하고 계셨다. 사실 누가 그 맛을 전수한 원조인지는 알 수가 없다. 관광객은 그러면 그렇다고 생각하고 맛있게 먹으면 그만이다. 듣던 대로 추어탕은 정말 맛있었다. 가끔 씹히는 잔뼈도 그다지 나쁜 식감은 아니었다. 미꾸라지는 죽어서 그 격이 추어로격상된다는 얘기와 추어의 영양학적 구성과 그 지역에서 나오는 유기농 재료만 썼다는 자랑이 식당 벽에 커다랗게 설명이 되어 있었다. 허름한 큰 쟁반에 가득 채운 반찬과 추어탕 백반은 유명할 만했다. 산나물 무침들은 분명 건강식이고 맛도 정갈했다. 만족스러웠다. 사족을 덧붙인다면 허름한 식당이라 해도 깨끗이 비데 설치가 되어 있는 화장실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광한루를 지나 남원시 중심을 구경하며 가는데 이 도시는 온통 춘향전 테마파크 같았다.
대한민국 도시와 도시를 잇는 국도와 고속도로로 다닐 때 놀라운 점은 도로 상태들이 양호하다는 것과 도시의 전통과 특색을 살려 테마를 형성한 도시들이 그 품새를 지키고 있었다는 것이다. 자기 고장만의 특징을 살리려는 노력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차는 어느덧 남원을 빠져나와 광주-대구 고속도로에 올랐다. 띵! 기다리던 문자가 도착했다. 코로나 음성 결과가 나왔다. 할렐루야!
강영진 / 치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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