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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팬데믹에 고통 받는 청소년들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
13세 소년은 팬데믹 기간 동안 새벽 3~4시까지 잠을 자지 않았다. 컴퓨터 게임을 하거나 누군가와 채팅을 했고 유튜브를 넘나들었다. 다음날 간신히 10시가 넘어 엄마의 성화로 일어나지만 줌으로 하는 학교 공부 시간에 졸기가 일수였다. 그러니 공부가 될 리 없었다.
 
등교가 가능해졌지만 소년은 일찍 일어나 학교에 가는 것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부모와 언쟁을 하다 못해 결국에는 기물을 집어던지거나 방문을 부수었다. 공연히 말 잘 듣는 동생들에게 화풀이를 하며 위협을 일삼았다. 중간 이상을 지켜오던 학과 성적도 떨어졌다.  
 
방과 후에 하던 운동이나 밴드 활동도 팬데믹 때문에 그만둔 뒤로는 컴퓨터 앞에 앉아만 있으니 몸무게가 많이 늘었다.  
 
그러니 밖에 나가는 것을 더욱 꺼린다. 방에만 틀어박혀 있고 가족들과의 식사도 피한다.  


 
지난 2년간 이와 비슷한 행동을 하는 많은 청소년들이 부모에 이끌려 가정상담소로 필자를 찾아 왔다. 이들 중에는 부모로부터 주의 산만 및 행동 항진 증세를 유전적으로 물려받은 청소년들이 많았다. 부모나 자녀 모두 자신들에게 이런 질병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팬데믹 이전에는 매일의 생활에 규칙이 잘 형성돼 있었다. 등교하면 스케줄에 맞춰 체육, 일반 수업, 점심, 중간 휴식 시간 등이 빽빽하게 짜여져서 그대로 따라가다 보면 별문제가 없었다. 빈틈없는 규범에 맞추어서 몸도 마음도 긴장을 한다. 충분한 양의 뇌전파물질들, 특히 도파민이나 세로토닌 등이 분비된다. 게다가 방과 후에는 수영이나 축구, 오케스트라 연습 등으로 비어 있는 시간이 없다.  
 
여아의 경우 10~12세, 남아는 12~14세에 사춘기를 맞는다. 이때 다른 포유류 동물처럼 인간도 성호르몬과 성장호르몬이 분비된다. 키도 큰다. 개중에는 1년에 4인치 이상 크는 변화로 성장통이 오기도 한다.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급격한 변화는 극심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휘몰아치게 한다. 예민해진 소녀들은, 쉽게 우울과 불안에 빠뜨리는 여성 호르몬(에스트로젠)의 분비로 월경도 시작한다.  
 
그런데 이런 과도한 감정들을 억제해주며 합리적인 사고를 가능하게 하는 전두엽은 아직도 미숙한 상태다. 25~30세가 돼야 전두엽이 충분히 제구실을 하게 된다.  
 
청소년들은 어정쩡하게 아동기와 성인기 사이에서 우왕좌왕하게 된다. 서구 문화는 청소년들이 독립적으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한다. 정체성을 찾느라 혼란스러운 청소년들에게 불어 닥친 팬데믹은 이들을 고립과 방황으로 내몰고 있다.  
 
비벡 머티 연방 의무총감은 미국 청소년(젊은 어른들, young adults)의 심각한 정신 상태를  지적하면서 이에 대한 대책을 강조한다. 병원 응급실로 실려 가는 자살 미수 소녀의 숫자가 작년 봄에 비해 51%가 늘었다. 이들 4명 중 1명이 우울증상으로 고생하며, 5명 중 1명은 불안 초조를 느낀다고 한다. 머티 의무총감은 또한 주의산만증을 가진 젊은이들이 과도한 충동성과 분노조절 불능의 모습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큰 열쇠는 바로 문제가 무엇인지를 인식하는 데에 있다. 그동안 학교 교장실이나 정신과 의사의 오피스, 한숨 쉬는 엄마들이 있는 부엌에서 보이던 문제들이 이미 국가 전체의 문제가 되어 버렸다. 심리학자나 가정 치료사, 정신 치료 간호사, 정신과 의사, 학교 상담자 등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 한인 이민자들을 위해 언어와 문화를 이해하는 전문가이면 더욱 좋겠다.  
 
마지막으로, 탁월한 효과를 보이는 정신과 약물을 부모들이 덮어 놓고 기피해서 자녀들에게 꼭 필요한 도움을 차단하는 경우가 없기를 바란다.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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