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평식 신유람<33> 나파밸리 와이너리
포도밭 배경으로 한 잔, 또 한 잔... 낭만여행 제격
비애호가도 점점 많이 찾아
조지아에도 와이너리 많아
하루 나들이 이색경험 선사
와인 하면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이고 나파밸리 하면 와인이다. 미국에서 매년 제일 많은 와인을 생산해 내는 곳이 나파밸리이고 또 제일 좋은 양질의 고급 와인도 나파벨리에서 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에서 와이너리가 많은 곳은 나파밸리 말고도 101과 46번 도로가 만나는 파소 로블스(Paso Robles)와 LA 남쪽테미큘라(Temecula)도 있다. 특히 테미큘라는 클린턴 대통령이 가주를 방문했을 때 이곳에서 생산된 와인을 접대했다 해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다른 농작물도 그러하겠지만, 특히 포도는 과일 중에서도 일조량에 가장 예민하다고 한다. 캘리포니아는 미국 50개 주 중에서 일조량이 제일 많다. 이른 봄부터 늦가을까지 비는 오지 않고 온종일따뜻한 햇볕이 비추기 때문이다. 특히 나파밸리는 최고의 포도주로 숙성되는데 필요한 모든 지형적 조건을 다 갖추었다. 일조량 외에도 포도 품질과 숙성 조건에 큰 영향을 끼치는 토양과 안개와 해풍 등이 그것이다.
최근 나파밸리의 유명 와이너리 중 하나인 팔마즈(Palmaz) 와이너리를 다녀왔다. 650에이커나 되는 큰 포도밭을 가진 와이너리로 140년의 역사를 가진 유서 깊은 곳이다. 650에이커라면 100만평 가까운 면적으로 여의도 크기의 절반 정도로 넓다. 나파밸리에는 1881년부터 와이너리가 들어서기 시작해 지금은 총 375군데나 되는 와이너리가 있다. 이번에 방문한 팔마즈 와이너리는 그 중 10번째 규모 정도 된다고 한다.
와이너리 뒤로는 나파마운틴이 병풍처럼 받쳐주어 해무의 정체 시간을 조절해 준다. 또 사방으로 끝도 안 보이게 넓은 포도밭에서 매년 수확되는 엄청난 포도는 X-레이 자동 선별 기계로 품질 등급에 따라 자동으로 선별된다. 포도주로 가공된 뒤에는 참나무(Oak) 원목 통에 담겨 몇 년에 걸쳐 동굴 속에서 숙성된다. 동굴 속은 일정한 습도와 온도가 유지되는 것은 물론이다.
와이너리 건물 지하에는 엄청나게 큰 스테인리스 탱크가 있는 양조장이 있다. 이곳에서 포도를 기계로 압축해서 포도주를 만든다. 수확기에는 좀 더 많은 일손이 필요하겠지만, 이 모든 생산 과정을 관장하는 와이너리 종업원은 평상시 35명이 전부라고 해서 놀랐다.
필자는 전에도 몇 번 여기저기 와이너리를 방문한 적이 있지만, 와인에 대한 상식은 거의 없다. 와인 애호가들도 식사 전후에 한 두잔 하면서 담소를 나누는 모습도 좋아 보여 가끔은 흉내를 내 보는 것 정도라고나 할까. 그조차도 붉은 것은 레드와인, 투명한 것은 화이트 와인이라는 것만 아는 수준이니 흉내라고 하기도 민망하다.
어떤 때는 와인 공부를 좀 해볼까 생각도 했지만, 시중에 나와 있는 와인의 종류만 해도 만 개가 넘는다 하고 또 와이너리마다 자기네 상표를 붙여 나오고 있으니 그 많은 와인을 무슨 재주로 구별하나 싶어 공부할 엄두도 나지 않는다. 그래도 와인이 몸에는 좋다니까 가끔코스트코에서 24개 들이 한 박스씩 사다 놓고 마시곤 한다. 옛날 우리 아버지나 할아버지 선대 분들이 식사 때 반주 한 잔씩 곁들여야 밥맛이 더 난다고 했듯이 말이다.
중독 중에는 도벽만 있는 게 아니다. 술을 못 끊는 주벽도 고약한 중독인데 과유불급이라고 와인이 제아무리 좋다 한들 지나치게 빠져드는 것은 문제다. 나처럼 몸에 좋은 약주가 되려니 하면서 반주로 한두 잔 마시는 것 정도가 오히려 가장 행복한 와인 애호가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 여행 메모
와이너리는 와인 애호가가 아니어도 이색적 경관이나 분위기가 좋아 누구든 한 번쯤 들러볼 만하다. 캘리포니아뿐만 아니라 조지아 북쪽 교외에도 꽤 많은 와이너리가 있어 하루 나들이로 다녀올 만하다. 캘리포니아 나파밸리 팔마즈 와이너리는 드넓은 포도밭과 와인 제조시설 등을 둘러보는 투어 프로그램을 이용, 1시간 반 정도 둘러보았는데 와인 시음까지 포함해 1인당 40불 정도였다.
▶주소 4029 Hagen Rd, Napa, CA 94558 .
김평식 여행등산전문가
김평식 여행등산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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