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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가족보다 물질이 우선하는 사회

 최근에 퓨리서치센터는 ‘삶을 의미 있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설문조사를  발표했다. 선진국이라 불리는 17개국(미국, 캐나다, 벨기에, 프랑스, 독일, 그리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페인, 스웨덴, 영국, 호주, 일본, 뉴질랜드, 싱가포르, 한국, 대만)의 1만9000명 성인을 대상으로 전화 인터뷰를 통해 진행했다.  
 
결과를 보니, 사람들이 생각하는 인생의 최상위 가치에는 가족과 자녀, 직장과 경력, 물질적 풍요, 친구들과 건강 등이 포함됐다. 그런데 국가 간의 차이가 흥미롭다. 미국의 경우 가족과 자녀가 1순위였고 친구, 물질적 풍요, 직업, 신앙이 2위부터 5위까지 차지했다. 한국은 물질적인 풍요가 압도적인 1위였고 건강, 가족과 자녀가 그 뒤를 잇는다.  
 
그뿐만 아니라 연구에 참여한 17개국을 통틀어 한국은 유일하게 단수 응답으로 물질적인 풍요를 1위로 꼽은 나라였다.  
 
미국은 종교 및 신앙을 인생에서 가장 귀중한 가치로 뽑은 사람들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월등히 많았다.
 
연구는 한국 사회에서 경제적인 풍요가 얼마나 중요한 가치로 간주되는지 여실히 보여 준다. 또한 현재 한국 사회의 주축이 되는 성인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이들 중 대다수는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이기도 하다.  
 
부모는 유전적이고 환경적인 차원을 포괄적으로 아우르며 자녀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지능, 성격 및 가치관 발달에 있어 부모의 역할은 큰 의미를 갖는다. 아동기를 지나 청소년기에 접어드는 동안, 도덕성 및 가치관 발달은 급격히 진행된다. 이 과정에 부모의 가치관은 자녀의 가치관 형성에 직접 관여함을 부인하기 어렵다.
 
아이들의 도덕성 발달은 사회 문화적 규범, 규칙 및 법률에 근거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는 태도나 행동을 통해 나타난다. 하버드 대학의 교수였던 로렌스 콜버그는 도덕 발달은 전 규범 단계-규범 단계-후 규범 단계를 거쳐 진행된다고 주장한다.  
 
전 규범 단계는 9세 이하의 아이들에 해당하며, 처벌을 피하거나 보상을 얻는 것이 목적이다. 예컨대, 거짓말을 하면 안 되는 이유는 벌을 받기 때문이라든지, 부모의 칭찬을 듣기 위해 동생과 장난감을 공유하는 등의 도덕적 추론 및 행동이다.  
 
규범 단계는 주로 10세에서 12세 정도의 아이들을 일컫는다. 사회의 규칙과 규범에 맞추는 것을 도덕적으로 올바른 행동으로 규정하고, 이를 준수하는 도덕성을 보인다.  
 
후 규범 단계는 10대 중반에 시작되며, 사회의 규범과 법률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개인의 도덕적 가치 기준이 확고히 형성되는 시기다.
 
청소년기 아이들은 사회가 제시하는 가치 체계의 영향을 직접 받고, 이를 기반으로 개인의 가치관을 형성한다. 이 과정에 부모 및 주변의 어른들이 미치는 영향은 실로 크다. 한국 사회에 만연된 물질 만능주의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이를 염려하는 자성의 목소리가 있는 것은 고무적이나 경제적인 풍요가 건강 및 가족을 능가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임이 여실히 드러난 것은 또 다른 충격이다. 현세대뿐 아니라 우리 다음 세대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한다면 가볍게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 

김현경 / 호튼대학교 심리학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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