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광장] 2021년 한국 방문기
2년 만에 들어선 인천국제공항의 입국 줄은 길었다. 뉴욕발 비행기에 이어서 LA발 비행기가 도착했기 때문이다. 하얀 방호복을 입은 보건소 직원들과 먼저 면접하고 입국 심사를 받았다. 한 시간 가까이 줄을 섰는데 갑자기 앞과 뒤에서 큰 소리가 났다. “빨리 좀 하라고. 이게 뭐야!” 지치고 화난 사람들은 웅성거렸고 줄은 조금씩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한국에 온 것이 실감났다. 공무원에게 호통치는 어르신들과 조용히 신경 쓰는 직원들이 재미있다. 차례가 돼서 비행기에서 작성한 서류, 자가격리 면제서와 PCR 음성 결과지를 제출하고 한국 전화 번호를 확인했다. 이어서 지문과 사진을 찍고 입국심사를 받았다. 모든 과정을 마친 내 여권에는 ‘해외예방접종 격리면제자’와 ‘PCR제출자’ 스티커 두 개가 붙었다.
팬데믹 전과 달리 차량안내소에서 지정해준 택시를 타고 귀가한다. 차량 번호를 받고 택시에 올랐다. 등록된 택시만 공항에 들어오는지 궁금했다. 공항에 들어서는 순간 카메라에 찍히기 때문에 승객과의 연결이 가능하다고 운전기사가 답했다.
숙소에 도착한 후 곧 지역 보건소에서 문자가 왔다. 여권과 자가격리 면제서를 지참하고 다음날과 일주일 후 두 번 PCR 검사를 받으라고 한다. 다음 날 아침 찾아간 보건소 앞에는 긴 줄이 서 있었다. 놀이공원처럼 뱅글뱅글 돌아간 줄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QR 코드가 찍힌 하얀 종이 한 장씩을 줄 선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코드를 열면 문진표가 나온다. 여기에 인적사항을 적어 넣고 다운로드하면 새 QR 코드가 뜬다. 이 QR 코드는 도착인증 확인서로 ‘지금 기다리고 있다’는 뜻이다.
갑자기 “해외입국자는 손드세요”라는 소리가 들렸다. 방호복 직원이 입국 날짜를 묻고 여권에 붙은 스티커를 확인한 후에 자가격리 면제서를 요구했다. 긴 줄 끝의 첫번째 키오스크에서 QR 코드 확인을 받고, 두번째 키오스크에서 인적사항 확인과 플라스틱 통 하나를 받는다. 마지막 키오스크로 들어가서 가림막 뒤에서 구멍으로 내민 손이 코 속 깊숙이 찌른 막대를 통에 넣으면 검사가 끝난다. 효율적인 한국 보건소 시스템에 신뢰감이 들었다.
한국은 어느 장소에 입장하든 QR 코드, 안심콜(080으로 시작하는 전화번호), 혹은 전화번호로 방문을 인증한다. 접종 완료률은 80%다. 그럼에도 감염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작년 말에 코로나19 백신이 나왔고 올해에는 화이자와 머크사가 ‘5일 치료제’를 개발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코로나19는 확산과 진정과 재확산을 반복한다. 단계적 일상회복을 위한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정책은 중환자 병상 부족과 새 방역대책의 논의를 가져왔다.
2년의 시간을 뒤로 하고 부스터샷을 맞고 자가격리 면제서를 들고 한국에 왔지만 12월 엄마의 구순 행사는 불투명해졌다. 엄마와 함께 사는 동생은 마스크 쓰기를 거부하는 치매 엄마에게 혹시 내가 바이러스를 옮길까 봐 무척 조심한다. 엄마가 다니시는 주간 보호센터의 노인들과 가족들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협조를 구했다.
고되고 힘들었던 고국 방문이었지만 한국의 방역시스템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정 레지나 / LA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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