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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스포츠계의 중국 리스크

 미국에서도 중국인의 테니스 사랑은 유별나다. 워싱턴 인근 주택가의 테니스 코트를 가보면 셋 중 두 팀은 항상 중국인일 정도다. 남녀노소 할 것 없고, 자녀들에 대한 조기 교육에도 열심이다.
 
중국이 테니스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88년 서울올림픽 때 정식 정목으로 채택되면서부터라고 한다. 그러다 2011년 우한 출신의 리나가 그랜드슬램 중 하나인 프랑스오픈에서 우승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후 국가적 지원을 받으며 100위권 내에 진입하는 여성 선수가 속속 등장했다. 1998년 박세리의 LPGA 우승 이후 수많은 ‘박세리 키즈’가 나온 것과 비슷했다.
 
그러자 세계여자테니스협회(WTA)는 중국 시장을 주목했다. 2019년부터 10년간 WTA 투어 파이널을 선전에 새로 지은 경기장에서 열기로 계약을 맺었다. 중국은 연간 1400만 달러의 상금도 내걸었다.
 
그러나 지난 2일 테니스 스타 펑솨이가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글을 올리면서 모든 상황이 뒤집어졌다. 장가오리 전 부총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폭로 뒤 행방이 묘연해지자, 스티브 사이먼 WTA 회장이 전면에 나섰다.  
 


사건에 대해 독립적인 조사가 없다면 중국에서 아예 투어 운영을 중단할 수 있다며 초강수를 뒀다. 어차피 코로나19 때문에 중국과 계약 이행이 힘들어진 상황이기도 했지만 스포츠 정신, 여성 권리를 최우선으로 했던 WTA 입장에서 이 사건을 어물쩍 넘어갈 순 없었다.
 
미국 프로농구(NBA)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2004년 중국 농구 스타 야오밍이 속한 휴스턴 로키츠가 시범경기를 중국에서 치르면서 중국 내 NBA의 인기가 치솟았다.  
 
거액의 중계권도 팔았지만, 2년 전 로키츠 총감독이던 대릴 모레이가 홍콩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는 트윗을 날리면서 모든 관계가 틀어졌다. 중국 TV에서 로키츠 경기는 사라졌고, 중국 기업의 후원도 끊겼다. 결국 NBA가 사과 성명을 내자 이번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중국에 굴복했다”며 미국 정치권의 비판이 이어졌다.
 
지난주 뉴욕타임스(NYT)는 “과연 스포츠계는 여전히 중국이 필요한가”라는 칼럼을 실었다. 한때 엘도라도 같았지만 전체주의적 위협이 커지는 중국에서 글로벌 스포츠계가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는 것이다. 중국 인권 문제를 놓고 아슬아슬한 대처를 이어가는 국제올림픽연맹(IOC)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NYT는 “중국이 큰 시장이지만 나머지 세계도 못지않다. 자칫 이 시장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 스포츠계는 중국에 어떤 대응을 하는 게 정답일까. 여자 테니스계가 내린 선택의 결과에 더 주목하게 됐다.

김필규 / 워싱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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