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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모기에게 칼을 들다’

지난 8월 말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어렵게 철수하자,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이라는 코끼리가 아프가니스탄이라는 모기에게 졌다’고 풍자했다. 하지만 그건 모기를 너무 얕잡아 본 표현이다. 의학 보고에 따르면 인류에게 가장 치명적인 동물 1위는 모기다. 코로나 이전에 모기가 옮기는 말라리아와 일본 뇌염, 지카바이러스, 뎅기열 등으로 한 해에만 전 세계에서 약 100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 방역 역량이 코로나19에 집중된 사이, 말라리아 상황이 20년 전으로 돌아갈 위험에 놓였다고 경고했다.
 
필자가 근무하는 엑세스 바이오는 한때, 대표적인 모기 매개 감염병인 말라리아 진단키트의 50% 이상을 전 세계에 공급했다. 화이자도 2000년대부터 말라리아 취약 지역인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환자 치료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세계의 주요 기관과 정부들이 말라리아의 근절을 위해 다양한 일들을 하고 있지만 갈  길은 여전히 먼 것 같다. 아직도 2분마다 5세 이하 어린이 1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말라리아 퇴치를 위해 화이자와 함께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 출시에 성공한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지난 7월, mRNA 기술 기반 말라리아 백신 개발을 선언하기도 했다.
 


‘모기 보고 칼 뺀다’는 우리 속담은 대수롭지 않은 일에 지나치게 큰 대책을 세우거나 작은 일에 화를 내는 속 좁은 사람을 빗댄 표현이다. 그러나 현실은 진단키트와 치료제와 백신 개발을 넘어 정말 ‘모기 보고 칼을 빼야’하는 상황이 되는 듯하다.  
 
북극의 순록이 모기에 물려 떼죽음을 당하거나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모기 토네이도가 발생하는 등 이제 어느 나라도 모기의 위협에서 자유롭지 않다.  
 
게이츠 재단의 후원으로 바이오 공학 회사가 10억 마리의 유전자 조작 수컷 모기를 올 봄, 플로리다의 한 지역에 살포했다. 궁극적으로 말라리아, 뎅기열 등을 일으키는 모기의 개체 수를 줄이는 파일럿 시험을 시작한 것이다.  
 
지난 10월엔 스톡홀름 대학의 연구진이 “말라리아를 퍼뜨릴 모기만 유인해 죽일 수 있는 가짜 피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모기가 침투하지 못하도록 촘촘히 짜인 특수 옷의 상용화도 진행 중이라고 한다.
 
이달 초 영국 글래스고에서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약 2주간 열렸다. 100여 개 국가가 지구 기온 1.5℃ 상승을 막기 위해 2030년까지 산림 파괴를 종료하고 메탄가스를 30%까지 감축하기로 공동 협약했다. 내가 좋아하는 세계적인 아티스트 블랙핑크도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달라’는 특별 영상 메시지를 COP26에 보냈다.  
 
더는 지구온난화 방지 협약들이 공허한 말 잔치로 끝나면 안 된다. 기후변화로 지구가 1도 뜨거워질 때마다 모기는 약 30% 이상씩 늘어나서 모기 매개 감염병이 계속 증가하기 때문이다. 온실가스를 지금처럼 계속 배출하면 2070년에는 세계 인구의 90%인 약 85억 명이 말라리아 등 모기 매개 감염병에 걸릴 위험이 있다는 충격적인 연구 보고서가 저명한 의학전문지 랜싯 7월호에 발표되기도 했다.
 
‘모기도 처서가 지나면 입이 비뚤어진다’고 했는데 지구온난화가 심해지면서 한여름이 지나고도 독한 가을 모기들에 시달렸었다. 11월부터는 실내 난방 덕에 곳곳에서 또 여전히 출몰한다. 모기 철이 연장되고 있다. 긴장해야 한다. 모기에게 칼을 들 때다.

류은주 / 엑세스 바이오 CB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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